여름 빌딩 숲의 면접

나는 왜 다시 이 길을 걷는가

by 탄산수

지난 주 금요일, 면접을 보러 강남에 갔다. 햇빛이 쨍쨍한데 비 내리는 이상한 날씨,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종잡을 수 없었다.

'화창하면서도 어딘가 우중충한 마음'

큰 빌딩 숲 한 가운데서 나는 1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작년 이맘 때쯤 면접을 보러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당시 퇴직금으로 생활하며 아이가 좀 더 크면 자리를 알아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심있는 회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어 '나 능력이 되나봐?' 외치곤 기분좋게 달려갔었다.


후텁지근한 어느 날, 파란 셔츠에 땀에 젖은 겨드랑이가 존재감을 드러낼까 양 팔뚝을 가슴팍에 붙였다. '긴장을 많이 하셨나봐요?'라고 의미심장하게 웃는 대표의 말에 '우는 겨드랑이를 들킨 걸까?' 싶어 민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면접은 1시간이 넘도록 진행됐고 나는 최선을 다해 답했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다이소에서 우산을 사고 까진 신발 뒷꿈치를 헐떡이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후로도 여러가지 사정상 그 회사 면접만 3번을 더 보러 갔는데, 처음 제안받은 형태로 일하지 못하고 결국 두 달 정도 일하다 흐지부지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잘 되지 않았다. 면접 때 대답 못한 질문을 기획서 형태로 만들어 집에 가서 제안서를 다시 보냈을 정도로 할 건 다 했으니 말이다.


그 기억 때문인지 이번 면접에서는 힘을 주려 해도 쉽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모든 에너지를 불사르고 좋지 못한 결과에 또 내 능력을 탓할까봐 무서웠다.

'인연이라면 닿을테지'하는 마음으로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면접장으로 갔다. 인사 담당 팀장과 콘텐츠 팀장 두 분과 약 4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력, 성향, 회사의 조직 문화 적합도를 보는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면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좀 더 준비해서 어필할 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왔다. 이번에도 땀에 젖은 겨드랑이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파란 셔츠는 안 입었다.)

자기 전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오빠 나 붙을 것 같아?' 하고 남편에게 의미없는 질문을 수십번 던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긍정적이고 새로운 유형의 답변을 해준 남편 덕에 어찌저찌 잠에 들었다.


사실 좀 더 나은 답변을 한다고 한들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력과 실무 과제가 능력적인 면을 입증해주기 때문이다. 모난 것 없는 성격도 함께 일하기 나쁘지 않다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왜 나는 결과에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보내는 걸까?가장 밑바닥에는 조직원으로서 성과를 내며 한 몸 불사를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보고 '애초에 그런 회사원이 어딨어요'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조직 생활을 꾸준히 잘하기 위해 이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면접은 그러한 생각에 맞수를 두는 커다란 도전이다. 조직마다 환경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또 ADHD 약도 먹고 있기 때문에 변화되는 지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조직에서 일하면서 내가 조직에 맞지 않는단 생각을 부수게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본다. 떨어지게 된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퇴근길 혼잡한 역사 안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후텁지근한 열기로 사람들 목덜미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살아있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낸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나는 사람들이 매일 같은 삶에 치여 나를 알아가는 여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시간은 일을 하며 보내므로 반드시 내가 하는 일로써도 나를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시간이 넘는 출 퇴근 시간을 감내하면서까지 내가 이 자리에 지원한 이유이다. '일'할 기회, 나를 알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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