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정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나에게 맛집의 기준은 맛도, 분위기도, 가격도 아니다. 바로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다. 그런 집은 틀림없이 음식에서도 정성이 느껴진다. 3년 전 신혼 때 화훼단지서 화분을 산 뒤 우연히 들어갔다 맛도, 사장님 인품도 일품인 가게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너무 맛있다'고 말씀 드렸더니 아들이 다른 지역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데, 은퇴 후 기술을 물려 받아 가게를 내신지 얼마 안 됐다고 하셨다. '잘 되셨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괜시리 아련하게 가게를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위치도 상호명도 까먹어 그뒤로 찾아가지 못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그 동네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할 곳을 찾게 되었고, 돈가스 덕후인 남편이 지도에서 그 가게를 찾았다. '복래(福來)' 가게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오빠 여기 거기잖아! 우리 신혼 때 갔던!' 나는 신나서 소리쳤다. 먼저 차에서 내린 나는 3살 딸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6평 남짓한 매장 안, 5개의 테이블 위치마저 똑같았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주셨다. '내 기억이 틀렸던가' 기억과 다른 사장님 인상에 들뜬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런데 나와 딸이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님이 벽에 진열된 앵무새 인형을 들고 오셨다. 말하는 대로 따라하는 장난감이었다. 아쉽게도 딸은 인간처럼 말하는 앵무새 인형을 무서워했지만, 사장님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셨다. 낯설어하는 딸을 배려해 슬쩍 슬쩍 우리 테이블에 다녀가시면서 '맛있어요?' '꼬마 아가씨 잘 먹네' '더 줄까?'와 같은 다정한 말을 건네셨다. 외식만 하면 입이 짧아지는 딸도 사장님 마음을 알았는지 함께 나온 된장국에 밥을 한공기 다 먹었다. 반공기 이상을 먹고 더 이상 안 먹을 것 같아 계산을 마쳤는데, 딸이 더 먹는다고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실 돈가스 세트에 딸려 나온 된장국은 된장국 흉내만 낸 밍밍한 맛인 경우가 많은데, 이 가게는 두부까지 송송 넣은 깊은 맛의 된장국이었다. 딸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정성을 귀신같이 알아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으면 나 또한 감사해서 뭐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주신 사장님 내외분 덕분에 따뜻하게 배를 불린 저녁이었다. 사장님의 따스함이 이 식당의 영업 비밀이다. (평점 4.88, 온통 칭찬의 댓글뿐이다)
최근 건강검진센터에서 채혈 일을 하고 있는 동생이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자기는 환자를 마주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친절하게 임하는데 그렇게 대해주면 무뚝뚝한 사람도 마지막에는 인사를 하고 간다고, 최근에는 사후 서비스 평가에서 '친절하게 잘 해주셔서 감사했다'라는 좋은 후기를 여러 개 받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모두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고 더 잘 대해드려야겠고 생각했다고 한다. 돈가스집 사장님도, 내 동생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애를 낳고 나서 신생아를 밤낮 잠 못 자고 키우면서 모든 사람이 너무나 소중해보이던, 그래서 다정함을 격하게 마음먹던 시기가 있었다. 편의점 사장님에게, 버스 기사님께, 만나는 직장 동료에게, 이웃 친구들에게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내어 인사했고 그덕에 조금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었다.
오늘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고 있는데,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전화를 받았다. 몸에 힘이 쫙 풀리고 순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겁게 걷다가 도서관 앞 친절한 사장님이 계신 카페로 들어갔다. 달콤한 모카라떼, 정성껏 음료를 만들어 건네주시고 오늘도 역시 눈 맞추어 인사해주신다. 그 다정함 한 입 덕분에 도서관에 무사히 들어왔다. 그리고 3층 종합자료실이 아니라 1층 어린이 자료실에 들어와 위로가 될 법한 책을 잔뜩 읽는다. 다비드 칼리의 명작 '완두', 남들보다 훨씬 작게 태어난 완두는 작은 체구 때문에 일을 하고 살 수 있을지 모두가 걱정한다. 그렇게 성인이 된 '완두'는 작은 우표를 그리는 일을 한다. 나에게 맞는 일이 있다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내 자리는 반드시 있다고 완두가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복래집 사장님, 동생, ㅇㄷㅈㅌ 카페 사장님, 책 <완두>의 저자 다비드 칼리에게 받은 다정함으로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나 역시 이 마음 차곡차곡 모아 누군가 힘에 부칠 때 다정함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이 내 딸에게 의심의 여지없이 가르쳐줄 수 있는 인생의 유일한 깨달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