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쇼핑백과 한 그릇의 돈가스

by 탄산수

일요일인 어제,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다가 아이가 회전목마를 타고 싶다는 말에 느지막이 파주 아울렛에 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람이 꽤 차가워 아이를 담요로 감싼 채 회전목마를 찾아갔다. '딱 두 번만 타기'라는 규칙 덕분에 아이는 약속대로 두 번만 타고는 순순히 내려왔다. 담요를 덮고 오들오들 떨며 타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안쓰러웠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는 당분간 회전목마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 같다.


회전목마 2회권을 다 쓰고 나니, 우리 셋은 바람을 피하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요즘 남편의 관심사는 아이의 겨울 패딩이다. 지난주 스타필드에 가서 여러 브랜드의 옷을 입혀보며 사진을 보내왔지만 마땅한 게 없어 미뤘던 터였다. 이번엔 여기가 더 저렴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키즈 매장을 찾기로 했다.


가는 길에 ABC 마트에 잠시 들렀다가 마음에 쏙 드는 아이용 모카신을 발견했다. 두 개의 방울이 달린 베이지색 털신. 어그면 되지 않냐는 남편의 말에 ‘일단 신겨보자’며 설득했다. ‘핑크병’에 걸린 딸이 투박한 모카신을 거부하는 건 당연했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게 양보하기 싫었다. 딸의 취향대로만 입히다 생긴 엄마의 작은 반항일까. 결국 욕심을 내어 신발을 샀고, 잠시 뒤 남편이 벼르던 패딩도 샀다. 새 옷을 입은 아이를 보며 우리 둘은 동시에 웃었다. “잘 어울리네.”


경량 패딩을 입은 나와 옷을 바꿔 입고 두 개의 쇼핑백을 든 남편의 뒷모습이 문득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회사 생활에 꼭 필요한 옷만 돌려 입고, 신발도 하나만 닳도록 신다가 낡아야 바꾼다. 재작년 처제가 준 여름 바지를 아직도 입는데, 그 바짓단이 터진 채 그대로다. 나는 내조는커녕 내 아이와 내 자신 챙기기도 버거워 미안할 따름이다.


그런 남편은 나까지도 챙긴다. 무언가 살 때마다 내 것까지 생각해준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운다. 남편도 나를 보며 무엇인가 느낄까? 가끔 궁금해진다.


우리는 서로가 좋아 보였던 옷—남편의 기모 셋업과 내 분홍 니트—을 외면하며 걸었지만, 그런 선택이 우리에겐 더 큰 만족임을 알고 있다. 물론 그 니트는 아직도 아른거리지만. (참고로 남편도 내 글의 구독자다.)

예전엔 남편의 사랑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를 들면, 전자기기에 관심 없는 나에게 자꾸 새 핸드폰을 사주는 것 같은. 하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알게 되었다. 사랑을 '주는 방식'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남편이 사준다는 비싼 패딩에 “됐어” 대신 “고마워, 당신 덕분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문득 생각해본다. 나는 남편에게 어떤 사랑을 주고 있을까?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사줄 수도, 세심하게 챙겨줄 수도 없지만, 그 대신 나는 늘 그 곁에 있다. 믿고 함께 있는 존재로서. 부족할지 모르지만 나는 언제나 그를 떠올린다. 그걸로도 조금은 퉁쳐지지 않을까.


쇼핑을 마친 뒤, 남편은 좋아하는 돈가스 세트를 시켜 맛있게 먹고, 프레즐과 커피도 사 와서 내민다. 프레즐과 돈가스 세트만으로도 충분했던, 마음까지 배부른 하루였다.

귀여운 모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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