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원에서 모르는 분께 응원을 받다

분홍 털모자 할머니가 건넨 따뜻한 한마디

by 탄산수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분홍색 털모자 할머니 이야기다.

아이 알림장을 쓰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내 앞으로 한 걸음 정도 다가온 할머니가 아는 체를 하며 얼굴을 빤히 쳐다보셨다. 나는 본 적 없는 분이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머니의 말씀을 기다렸다.


"달리기 하던 분 아니에요?"


대뜸 그렇게 물으시길래, 나는 "아, 맞는데요" 하고 부끄럽게 웃었다.


"맞죠?" 하시며, 여기 올 때마다 내가 뛰고 있었는데 얼굴은 기억이 안 나도 뒷모습이 맞는 것 같아 확인하고 싶으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 공원에 가끔 오시는데, 얼마 전 어떤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너무 낡고 지저분한 마스크를 쓰고 계시더란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마스크를 챙겨오셨다고 하셨다. 실제로 할머니 손에 든 쇼핑백에는 마스크가 잔뜩 들어 있었다.


어른들은 자식들이 안 챙겨주면 쓴 걸 또 쓰고 다니신다며, 안타까운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추운 날 누군가를 위해 마스크를 챙겨온 그 마음이 참 고우시다고 생각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 하루가 괜히 좋아질 것 같았다.


그러더니 할머니는 내가 방해됐겠다며 얼른 뛰라고 손짓하셨다.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 뒤로 그분을 세 번쯤 더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화이팅!"을 외쳐주셨다.


할머니는 얼굴은 기억 안 난다고 했지만, 내 뒷모습은 또렷이 기억하고 계셨다. 익숙한 뒷모습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에게 말을 건네는 일. 그건 어쩌면 가장 따뜻한 형태의 응원일지도 모른다.


오늘 처음 본 분인데도 이렇게 내 마음에 힘이 되어주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문득,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들을 마음속 응원석에 앉혀두고, 힘들 때마다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힘을 주신 분홍색 털모자 할머니. 감사한 마음으로 남은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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