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록, 열한 번째.
퇴근길 만원 전철. 아빠 엄마 그리고 작은 꼬마 아이가 탄다. 아이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여기저기 떠밀리고 있었다. 얼른 아이를 끌어다 내가 서있는 곳 바로 앞 빈 공간에 세웠다.
열한 시가 훌쩍 넘은 늦은 시간, 아이는 잠이 쏟아지는지 기둥을 붙잡은 채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문득 나는 정체 모를 무언가가 팔에 닿는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잠에 빠진 아이의 머리가 내게로 기울 때마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내 팔을 간질이고 있었다.
이대로 팔을 움직이면 아이의 고개가 벽에 부딪힐 것 같았다. 아이가 깨지 않도록 가만히 내 팔을 두기로 했다.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트램이 몇 정거장을 달릴 때까지 주기적으로 따뜻한 온기와 함께 내 팔을 스쳤다.
아이의 고개가 자꾸만 내 팔에 닿는 걸 본 엄마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를 톡톡 건드려 깨운다. 잠에서 깬 아이가 멋쩍어하며 나를 슬쩍 올려다본다. 그리곤 괜히 한 번 손으로 머리를 쓱 훑어내린다.
나도 네 덕분에 오랜만에 다른 이의 온기를 느꼈단다. 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고단했던 내 하루에 따뜻함을 불어넣어 주었어. 고마워.
2015년 5월 16일 23시 9분
퇴근길 트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