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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Oct 29. 2020

텅장일수록 내 모습은 a rich person

 요즘은 현금보다는 카드를 더 많이 쓰는 시대이기에 오랜만에 현금을 보니 대학생 시절 돈 때문에 힘들었던 추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벌어서 쓰는 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돈을 쓸 때 눈치 보지 않는 것도 좋았지만, 전보다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돈 버는 것에 완전히 빠졌던 나는 평일 알바와 주말 알바를 따로 구해서 일하기 시작했고, 한 달에 80~120만 원 정도 벌었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에 비해 돈을 많이 버는 편이었기에 이를 멋지게 생각해 주는 친구들의 시선이 좋았고, 핸드폰 요금을 포함해서 나에게 들어가는 모든 돈을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서울에서 살게 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고등학생 때와 달리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아졌고 자연스레 교통비는 증가했다. 또 동아리 회비나 강의를 들을 때 필요한 각종 책과 준비물들, 식비나 생활비 등 갑작스레 지출할 곳이 늘어났다. 대학입시가 끝난 고등학생 때처럼 일만 할 수도 없고,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 했기에 그때 나의 한 달 생활비는 40-45만 원 정도였다. 그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니 너무 벅찬 하루들이 이어졌다.

 밥 한 끼를 먹어도 하루에 8000원 정도 안에서 먹어야 했기에 매일 뭘 먹을지 보다는 어디가 저렴한 식당이지? 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밥과 커피를 둘 다 먹고 싶은데 둘 다 먹으면 8000원이 넘어버리기에 고민하다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등 매 순간 돈 계산을 하며 약간 찌질하게 살았다. 물론 정말 힘들 때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왜인지 자존심이 상해서 정말 힘들 때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해결하려 했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스스로 번 돈을 쓰는 것이 부모님 카드를 쓰는 애들보다는 더 독립적이라는 생각에 뿌듯함은 있었다. 그렇지만 한창 꾸미고 싶은 20살에 사고 싶은 물건을 못 사고 보고만 있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사실 돈을 계획했던 대로만 썼더라면 벅차도 무리없이 살았겠지만 나에겐 작은 사치가 있었기에 경제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놀러 가면 지나가다 귀여운 액세서리라던지, 옷 등 눈길을 끄는 것이 참 많았다. 그때마다 부모님 카드와 용돈을 같이 사용하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함께 사는 아이들은 부담 없이 원하는 것을 사는 편이었지만 나는 또 머릿속으로 '이걸 사면 계획했던 생활비가 줄어드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에 쉽사리 사지 못했다. "너는 안 사?" 내 사정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정말 악의 없이 한 질문이었겠지만, 당시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나에겐 참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다. 약간 '너 돈 없어서 못 사는 거야?'라는 말처럼 들렸던 것 같다. 계속 돈만 생각하며 생활하니 결국 돈에 대한 자격지심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에게 없어 보이기 싫다.'라는 생각이 먼저가 되었고, 그때부터 나의 작은 사치가 시작되었다. 액세서리나, 가방, 옷, 핸드폰 케이스 등등 지금 당장 필요 없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물품들을 사기 시작했고 이게 심해지다 보니 일주일에 3일 정도 택배를 받았다.


 물건을 살 때는 "식비를 줄여서 살지 뭐~" 하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안그래도 적은 식비를 더 줄이겠는가•••

남들이 보기엔 돈에 관해 아무런 문제없는 아이처럼 보였겠지만 실제로 이런 생활이 지속되자 내 수중에 있는 돈은 더 줄어들었고, 돈에 대한 자격지심은 계속되었다. 물건을 산 기쁨은 잠시였고 내 겉모습은 화려해졌지만 돈이 사라질 때마다 기분은 우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통장에 몇 없는 돈을 계산하던 중 '이게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바로 옆에 있던 친구한테 "너 일주일 동안 내가 입은 옷, 귀걸이, 가방 다 기억나?" 하며 물었고, 당연히 친구는 다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남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에게 도움되도록 돈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 남이 보라고 돈을 쓰는 것은 나의 자격지심이라는 것을

이후 나는 천천히 원래의 소비습관대로 바꿔 나갔고 자격지심 또한 천천히 벗겨냈다.


 돈이 없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나를 계속 남과 비교하며 남보다 못하다 느끼는 자격지심이다.

꼭 돈이 아니라 자격지심은 다른 어떠한 부분에서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에 조금 더 삶을 살면서 느낀 건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나를 빛나는 사람으로 볼 수 있고, 나 또한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빛난다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타인을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선 나쁜 감정이 내면으로 들어올 때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때마다 사람들이 타인에게 자격지심을 가지며 스스로를 갉아먹기 보단 내 주변의 사람들 중 어떤 이는 나를 부러워하며 빛나는 사람으로 봐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누군가에게 나는 생각보다 멋지게 빛나는 사람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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