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민 Jan 19. 2021

유난히 별로인 일상들

 유난히 별로인 일상들이 반복되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는 시끄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닌 조금씩 스며들 듯이 다가오기 때문에 일상이 전과 다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무얼 해도 감흥이 없고, 흥미 또한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이러한 하루들을 ‘피곤한 하루’라 칭하며 잠자리에 든다.      


 나 역시 별로인 하루들이 계속된 적이 있었다. 무엇을 해도 흥미가 없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방의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이 보였으며, 온종일 잠을 자고, 먹는 것에 대한 욕구만 점점 커졌다. 무감각한 하루의 시간은 무게가 없기에 전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그 시간 속에 담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빠르게 지나치던 어느 날, 무심코 거울을 보는데 전과 달리 풀려있는 왼쪽 쌍꺼풀이 눈에 띄었다. 한 번도 풀리지 않았던 쌍꺼풀이었는데 좀 의아했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후 외출 준비를 이어갔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였기에 평소에 입던 운동복 대신 오랜만에 즐겨 입던 바지를 집어 들었고, 슬프게도 나는 옷 입기에 실패했다. 바지뿐만 아니라 전에는 넉넉했던 다른 바지나 치마, 윗옷 등 맞는 옷이 거의 없었고, 결국 늘어나는 재질의 원피스를 입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내 문득 “내가 그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에 대한 사소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이 내 몸을 통해 드러난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삶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10분간 홈트레이닝 하기.

책에 좋은 문구 찾아 필사하기.

하루 한 줄이라도 일기 쓰기 등.      


 큰 취미는 아니더라도 내 생활 방식과 성향에 맞는 취미를 찾아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하다 보니, 어느새 별로인 일상보다는 평범하지만 세심한 일상이 많아졌고, 간간이 특별한 일상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주변의 다른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유난히 별로인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에게 '무심한 내게' 애정을 갈구하는 신호가 아닐까?      



이전 28화 당신의 귀는 안녕하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