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단단한 위로가 되어줄 한 구절
우리 집 책장 가장자리에 낯선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엥... 논어?... 이 책을 펼쳐볼 사람은 나 말고는 없을 터...
호기심에 책을 열었다.
이 책은, 엄마가 근무하는 학교의 선생님께 선물로 받은 책이었다.
낯 익은, 그리고 낯설기도 한 논어…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의 작가 '판덩'이다.
그를 말하자면, 사람이라면 『논어』는 꼭 읽어야 한다 고 단호히 주장하는 작가이다.
-아이, 청소년, 어른 그 누구도 예외 없이.
그의 말투엔 시대와 나이를 초월해 『논어』가 여전히 우리 삶을 비추는 등불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다.
사실, 『논어』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는 십여 년 전, 『주역』을 시작으로 철학서들을 종종 접하고 또 해석해 왔다.
그러나 문득, 나 혼자만 도덕적으로 살려고 애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 무렵부터 철학책은 나의 책장 구석에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살기가 참 버겁다.
내 인생이 흰 도화지처럼 흠 없이 펼쳐지길 바랐건만, 자꾸만 어딘가에 점이 찍힌다.
그 점들을 지워보아도 자국은 남고, 어느새 그 자국들이 얼룩이 되어간다.
스케치가 엉망이니 색을 입히지 못한 채, 나는 여전히 미완성의 인생 앞에 서 있다.
어떤 삶은 누군가 대신 그려준 밑그림에 채색만 하면 되는 삶을 살기도 한다.
또 어떤 삶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밑그림을 그려 멋지게 채색까지 완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내 손으로 내 인생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고, 시간은 자꾸만 나를 앞질러 간다.
그래서인지 요즘 따라 마음이 자주 조급해진다.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나는 다시 철학책을 집어 들었다.
歲寒, 然後知松柏之後彫也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야
p302
'세한'은 24 절기 중 가장 추울 때인 소한과 대한을 가리키는 말로 가장 추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들보다 늦게 시든다는 말이다.
이는 어려운 시기가 와야 진짜 실력을 알 수 있고, 역경 속에서 진정한 인품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해석하기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결정적인 순간이 오지 않는 한,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이 말은 내게 '모진 시련의 바람이 불고서야 비로소 끝내 곁에 남는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의 고비마다 곁을 지켜주던 이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불행 끝에 행복이 올 줄 알았던 그 단순한 믿음이 때로 배신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나를 단단히 붙들어준 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바로 이 순간에 다시 일어서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영광일지도 모른다.
공자가 말했듯, “군자는 지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그 말을, 지금 이 계절 한가운데 서서 다시금 새겨본다.
『논어』는 시대를 불문하고 꼭 읽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지나고 보면 늘 정확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무거운 철학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별 구성이 잘 나누어져 있어 한 장씩 가볍게 펼쳐보기에 더없이 좋다.
삶이 버겁고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어느 청춘이라면,
어느 날 문득, 『논어』 한 구절쯤 마음에 새겨보기를 조심스레 권한다.
무거운 답이 아니라, 단단한 위로가 되어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