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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

by 몇몇

마음을 알아채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땠는가?


세상의 분주함은 마음에 집중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당장의 판단과 말과 행동 그 무리 속에서 감정과 마음은 설 자리가 없다. 잠시 몸을 웅크리고 때를 기다리게 된다.


막 생겨난 그 아기 같은 마음은 당신을 차분히 기다린다. 희망차게. 곧 알아챌 것이라 기대한다. 갓 태어난 마음은, 감정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채 말랑말랑하게 존재한다.


그 새싹감정이 즐거움이든, 불안이든, 분노 혹은 질투이건, 슬픔이건 실망이건 이름과 종류에 상관없이 부드럽게 피어난다.


바로 그때에, 아직 여린 마음일 때에.

"너였구나."하고 알아주면 마음은 꽃을 피워 홀씨가 되어 흩날린다.


"나 지금 슬프구나."

"나 지금 불안해하네."

"저 일이 나를 화나게 했나 보군."

"이 사람의 말에 내가 실망했구나."


그 모든 알아챔들은 부드럽게 마음을 녹여 마음이 나의 일부가 되도록 돕는다. 내가 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한다. 작은 알아차림으로도 감정은 예쁜 꽃이 되어 나의 순간을 완성시킨다. 내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나 세상은 그 마음을 쉽게 발견하게 두지 않는다. 바쁜 일상 속 우리는 아주 얌전히 웅크린 감정들을 미처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때부터는 문제가 커진다. 작게 핀 새싹감정이 자라나 뿌리를 뻗고, 새로 생겨난 감정들과 얽혀 단단하고도 알 수 없는 마음이 된다. 알아차리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떤 게 먼저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오래될수록, 오랫동안 발견되지 못한 마음들은 다른 마음들의 영양분을 빼앗거나 말썽을 부린다. 잊힘에 대한 서러움이 더해진다.


그러다 보면 아주 작은 일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반응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내 말과 행동이 마음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 뿌리를 찾아가자면 어렵고도 긴 여정이 된다.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일이 아니었는데,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혹은 생각을 멈추고만 싶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면, 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의 마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소한 내 마음의 변화를 알아채고 이름 붙여주자. 나를 알아주자. 나를 알아차려주자.


오늘의 마음을 발견하면, 그 안엔 늘 내가 있다. 오늘의 마음에 집중하면, 그 실을 쫓아가면,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내일의 마음을 더욱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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