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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마음

by 몇몇

무언가가 싫어지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어떤 이는 호불호 없이 모든 것에 대해 '괜찮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번 깊숙이 들여다볼 일이다.


싫음은 누군가의 경계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들이 한 사람을 더 잘 설명해 준다. 뭔가를 선택할 때 좋은 점이 여러 가지여도 정말 싫은 점 한 가지가 있다면 쉽게 고를 수 없다.


우린 '싫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곤 한다. 싫어지는 대상에 이입해 거절당하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부분이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검열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싫은 것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그리 유쾌하지 않기도 하다. 불평이기도 하고 불만이기도 하며 때론 내 일부에 대한 안 좋은 평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복잡하게 얽힌 마음속에서 우린 때론 싫음을 과장하고 싫음을 무시한다.


만나면 불평만 하는 이가 있지 않나? 모든 것에 불만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을 들여다보자. 아주 깊숙한 곳에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 또한 가득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싫은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불만 거리를 찾아낼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그 지점을 보면 내가 보인다. 어떤 누군가가 격하게 싫다면 그 점을 잘 들여다보자. 그 사람의 무엇이 싫은가?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라.


바로 그곳에 내가 잘도 숨어 있다. 우린 그간 '나'의 숨은 파편을 찾아 오래도 헤매어 오지 않았는가. 내가 싫어하고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바로 그곳에 가장 크고 핵심적인 '내'가 숨겨져 있다.


처음엔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정하고 싶을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오죽하면 싫어하기로 했을까. 피하려 했을까.


나의 불호는 나의 회피는 나쁜 것이 아니다. 너무나 피하고 싶다면, 멀리하고 싶다면, 마주하기 싫다면,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여 주자, 무리하게 캐낼 필요는 없다.


다만 감정의 수명은 1분 30초라 하였다. 90초가 지나 나에게 머무는 감정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 혐오하는 것엔 나의 일부가 녹아있다.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오늘 불쾌한 경험을 하였는가? 그 감정을 안전히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자. 나는 어떤 나를 찾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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