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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Dec 05. 2017

씬님 아버님이 저랑 아는 사이라구요?

씬님에게 물었다 part.1

인터뷰에 앞서, 
요즘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그건 시장님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 ‘잘 모른다고 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 보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청년 창업가의 고민을 더 가까이에서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것들도 모르고 시정을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값진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눌까 합니다.





가끔 억울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나와 손석희 사장, 그리고 노회찬 의원, 이렇게 셋의 외모를 놓고 자주 비교하곤 하는데, 이는 우리 모두 56년 동갑내기이기 때문이다(실제로 나는 출생신고가 늦은 55년생).     


손 사장이야 워낙에 세상이 다 아는 동안이지만 노 의원과의 비교는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마침 지난 촛불집회 때 그를 만났고 나의 이런 억울함을 시민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시민들은 내 편을 들어줬다. 그랬더니 노 의원은 본인이 더 억울하다며 그렇게 왁자지껄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나의 억울함을 헤아린 것인가? <몰라서 물어본다>의 두 번째 인터뷰이로 뷰티크리에이터 씬님을 섭외했다고 한다. 이참에 씬님을 만나면 나를 동안으로 보이게 만들 비법은 없는지 물어볼 작정이다.


우선 씬님이 누구인지 몰랐던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준비했다.

성명: 씬님(본명 박수혜)
직업: 뷰티크리에이터
소속: 다이아TV(CJ E&M)
특징: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최정상의 뷰티크리에이터로 팔로워가 130만이 넘는다. 재치있는 입담과 솔직한 발언으로 성별 구분없이 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지며 10만이 넘는 외국인 구독자수가 보유하고 있으며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영상: 연예인 되는 메이크업 / 5년만에 소개팅 나간 메이크업 
(*각 영상을 클릭하면 해당 영상을 볼 수 있다. 한번 보고 인터뷰를 보면 이해가 쉽더라.)


그나저나 '씬님'은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박원순: 반갑습니다, 씬님? 씬님님?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하니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하네요. 이름이 ‘씬’인가요, 아니면 ‘씬님’인가요? 제가 부를 때 씬님이라고 해야 할지 씬님님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네요.    


씬님: 그냥 ‘씬님’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박원순: 아~ 스님을 ‘스’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군요. 누가 부르든 무조건 존칭이 붙여야 하는! (모두 웃음) 그나저나 왜 씬님이라고 지었나요?    


씬님: 안 그래도 회사랑 계약서를 쓸 때도 그분들도 제 이름을 어떻게 적어야 되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사실 이름에는 큰 의미가 없어요. 원래는 ‘씬’이었는데, 이게 발음이 세고 어려워서 그냥 ‘씬님’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다들 부르기도 편하고 저도 뭔가 존중받는 느낌이고, 서로 좋더라구요! 


몰라서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박원순: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할까요? 제 첫 질문은 늘 이렇게 묻습니다. 진짜 몰라서 물어봅니다. 씬님은 어떤 사람입니까?    


씬님: 저는 뷰티크리에이터입니다.     


내 반응을 보더니 익숙하다는 듯 미소 짓는다.    


씬님: 사실 제가 하는 일이 뭔지는 저희 아빠도 잘 모르세요. (웃음) 제가 하는 일은 흔히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기도 하고, 1인 창작자라고 하기도 합니다. 혹은 유튜버나 블로거로 불리기도 합니다. 저는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라는 매체에 올려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걸 통해 매출을 올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유튜브 같은 온라인 세계에서의 연예인 같은 거예요.    


박원순: (아직 제대로 이해가 안 된 표정으로)음... 그럼 돈은 어떻게 버나요? 조사를 해보니 수입이 꽤 많다고 하시던데요? 혹시 불편하시면 대답을 안...    


사실 조금 실례일 수도 있는 질문이라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그러나 그녀는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을 이어간다. 표정에 자신감과 당당함이 묻어 난다.    


씬님: 아녜요 괜찮아요. 네, 많이 벌어요. (웃음) 유튜브로 어떻게 돈을 버냐고 저희 부모님도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면 앞에 대개 광고가 붙잖아요? 제 영상 앞에 붙은 광고 영상을 보면 1회당 1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는 거죠. 아빠랑 얘기하고 있는 기분이 드네요~    


박원순: (조금 알겠다는 듯)아... 한 사람이 보면 1원을 받으시는군요?    


씬님: 네, 그게 작은 액수 같지만 조회수가 100만 정도 되면 100만원 상당의 수익이 생기는 거죠. 정확하게는 광고 유형에 따라 1회당 0.7원에서 1원 사이의 현금이 입금돼요, 그것도 외화로. 만약 매일 100만회 이상 노출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한 달이면 약 3천만 원의 수입이 생기는 거죠.    


박원순: 와... 월 3천만 원의 수입이면, 웬만한 회사를 하나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게다가 일반 기업과 달리 가게를 낼 필요도 없고, 비싼 원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대단하네요~    


씬님: 그렇죠. 이건 아이디어로 돈을 버는 거니까 나가는 비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죠.    


사실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시장 규모가 크다고는 들었지만 정작 개인이 이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진다. 지금 굴뚝 없는 공장이 내 옆에서 웃고 있다.


어떻게 뷰티크리에이터가 됐나요?


박원순: 그럼 어떻게 이 직업을 택하게 됐나요?


씬님: 지금은 이게 직업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직업으로 삼겠다는 목표나 전략 같은 건 없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취미로 시작했어요. 스무살 때 대학에 다니면서 블로그에 내가 산 화장품 자랑도 하고 리뷰도 하고, 이렇게 소소하게 이야기하다가 <화성인 바이러스>나 <겟잇뷰티> 같은 화제성 방송에 메이크업을 잘하는 사람으로서 몇 번 출연을 했습니다. 


박원순: 그래서요?


씬님: 그러다보니 CJ에서 제안이 왔어요. 제게 가능성이 보인다며 영상을 제작해 보라고요. 처음에는 카메라 장비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스마트폰으로 찍으면서 


“안녕하세요, 여러분? 씬님입니다. 오늘은 친구 파우치를 열어볼게요~~” 


이런 식으로 한 게 첫 시작이고 당시에는 편당 10만원에 CJ에 영상을 납품했어요. 그런데 이게 하다 보니 진짜 재미도 있고 용돈벌이도 되고, 그러다보니 결국엔 직업이 된 거죠. 


박원순: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재미. 신나서, 재미있어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세상에서 성공하는 가장 좋은 요인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거든요. 재미가 있으면 어떻게 새롭게 잘해볼까 싶어서 밤에 잠도 안 오고 그러는데, 억지로 하는 건 잘 안 되잖아요. 


재미, 성공하는데 있어 가장 압도적인 요인. 너무 당연하지만 그래서 또 소홀히 했던 단어를 곱씹게 된다. 


갑자기 박장대소를 한 씬님, 왜?


인터뷰를 하다말고 씬님이 갑자기 박장대소를 한다. 평소 인터뷰 도중 내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텝들이 컨닝페이퍼를 몇 개 준비해 주는데, 씬님이 그 질문을 나보다 먼저 보고 웃음이 터진 것이다.


씬님: 아놔, 연애를 왜 물어봐요? 우하하하하하하!


살펴보니 “일 때문에 바쁜데 연애할 시간은 있으세요?”가 질문이다. 나는 이런 것 좀 하지 말자며 핀잔을 줬지만 사심 품은 스텝은 독자들은 이런 걸 더 궁금해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저도 메이크업으로 동안이 될 수 있나요?


연애 이야기에 현장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나는 또 가야할 길을 가야한다. 원래 오늘 온 목적이 있잖은가?!


박원순: 그러면 씬님이 뷰티크리에이터계의 개척자인 거지요? 그러니까 새로운 직업을 창조한 거네요. 음... 그럼, 보자...  


막상 그 질문을 하려고하니 쑥스러워서 입이 잘 안 떨어진다. 그렇게 머뭇하는데 그때 내 눈에 씬님이 쓰고 온 모자가 들어온다. 사실 시작하기 전부터 저 모자가 궁금하긴 했다.


박원순: 그런데 아까 씬님이 모자를 쓴 걸 보니까 아주 예쁘던데, 내가 한번 써봐도 될까요? 내가 원래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보니 이런 모자 쓰면 좀 잘 생겨 보일까 싶어서 그래요.


내가 씬님의 모자를 쓰자, 사방에서 오오오~ 하는 탄성과 웃음소리가 들린다. 


박원순: 어때요? 괜찮아요?


씬님: (영혼없는 표정)네, 잘 어울리시네요.


참 솔직한 친구다. 보통 인터뷰를 하다보면 내가 연장자다보니 가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예의를 차리는데 씬님에게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진정성 있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가?  


박원순: 그러니까... 씬님은 뷰티크리에이터시니까... 저, 저를 한번 싹 변신시켜 줄 수 있나요...? 동안 메이크업 뭐 그런 게 있다고들 하던데...


씬님:  (곤란)아... 어...


박원순: (시무룩)아, 가망성이 없는 거구나.


씬님: 아니, 화장을 두껍게 하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제가 저희 부모님도 화장을 안 해 봐서… 아! 그때 에스플렉스에서 한번 화장을 해드렸잖아요!(버럭)


벌써 나를 파악했는지 곤란한 부탁을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그리고 바로 기다렸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낸다. 


알고보니 씬님과 박원순은 특수관계?!


씬님: 시장님, 사실 저희 부모님 모두 공무원이에요. 저희 아빠는 서울시설공단에 다니시는데, 지금 직원분들과 지방에 출장을 가 계세요. 저희 아빠가 시장님과 영상통화를 하고 싶으시다는데, 괜찮으세요?


박원순: (놀라며)아 그래요? 허허, 해도 괜찮을까요?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씬님은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통화를 시도한다. 신호음이 길어지고 묘한 정적이 흐르자 내가 말을 이어간다.


박원순: 아버님이 공무원이시면 딸의 이런 선택을 처음에는 잘 이해를 못 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씬님: 그런데 지금은 친척들에게도 제 자랑을 엄청 많이 하시죠. (흐뭇)


그 사이 통화가 연결되었는데 화면에는 여러 얼굴이 동시에 보인다.


씬님: 아니,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다 불러 모았네! 아빠, 잠깐만. 짜잔~ 아빠의 최종보스를 소개합니다!


최종보스? 내가 최종보스인가보다.



통화를 끝내고 씬님을 보니 싱글벙글이다. 이럴 때는 영락없이 귀여운 딸의 모습이다. 


씬님: 아빠가 이런 걸 아주 좋아하세요.


박원순: 아버님이 되게 호쾌하시네요.


씬님: 제가 아빠 성격을 많이 닮았어요. 엄마는 조용한 성격인데, 아빠는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 잡고 사회 보는 걸 좋아하시죠.


박원순: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오늘따라 인터뷰가 옆길로 많이 샌다. 이제 본격적으로 뷰티크리에이터의 세계에 대해 파헤쳐보자. 


뷰티크리에이터는 화장해주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박원순: 그나저나 혹시 출장 메이크업도 하시나요?


씬님: 출장비 많이 주셔야 하는데요? (웃음) 그런데 흔히들 저를 메이크업아티스트와 혼동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아니라 뷰티크리에이터입니다. 


박원순: 다른 건가요?


씬님: 메이크업아티스트는 메이크업을 하는 과정에 보다 포커싱이 되어 있지만, 뷰티크리에이터는 메이크업도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까부터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 촬영 및 편집 등 그 밖의 후반 작업까지 모두 할 수 있어야 해요. 


박원순: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란 이야긴가요?


씬님: 네, 기획자인 동시에 감독이기도 하고 배우이기도 하죠. 요즘 자신도 뷰티크리에이터를 하고 싶다며 저에게 화장법을 질문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그분들께 화장법을 알려주는 대신 이렇게 대답해줘요. 


“메이크업 기술도 중요하지만, 카메라나 조명, 마이크 등등 영상 콘텐츠 제작 전반에 대한 것을 공부해야 합니다.”


박원순: 1인 다역이네요?


씬님: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뷰티크리에이터란 메이크업이란 매개를 활용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이라고. 일의 8할이 제작이거든요.


박원순: 음, 그럼 일종의 종합예술이네요?


씬님: 생각보다 되게 많은 일들을 혼자 해야 해요. 예전에는 혼자 집에서 카메라로 찍고, 녹화하고, 파일 옮겨서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일까지 다 했었어요. 그리고 점점 일이 많아지면서 바로 친동생을 알바로 썼죠. 동생이 직접 화장품도 찾아주고 자막도 써주고 하다가 나중에는 또 사촌동생이 한 명 더 들어왔어요. 그렇게 한 명 한 명 늘어나다보니 현재는 8명으로 팀이 운영하고 있어요.

 

솔직히 설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뷰티크리에이터와 메이크업아티스트라는 직업이 뭐가 다른지 몰랐다. 지금도 솔직히 명쾌하진 않다. 씬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두 직업 사이에는 화장이라는 행위를 공통점으로 삼고 있지만 그 행위가 향하는 본질은 다른 곳에 있음을 어렴풋하게 깨닫는 중이다. 


그렇다면 대체 뷰티크리에이터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새삼 궁금해진다.





<씬님에게 물었다 part.2>는 12월 12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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