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찾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참 많은 글감이 있었다.
아이들과 재미나게 놀았던 시간
아내와 조금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된 시간
회사에서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며칠을 보낸 시간 등등
나를 말하기 위한 글감은 참 많았는데
30화 연재 마감을 앞두니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새벽에도 쓰고
아침에도 쓰고
퇴근하고 써도
영 마음이 와닿지 않는 지금.
난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빠졌다.
작가.
내 이름 뒤에 붙는 호칭이 작가였으면 하는 스무 살 때부터의 꿈.
작가가 말하면 같은 단어도 다른 단어로 이해되는 그 신기한 마술.
언어적 유희의 재주꾼,
그게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오늘만 쓰는 일기꾼.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엔 조금 힘이 부치는 마흔 중반의 배 나온 아저씨.
그래도 그래도 "오늘"이라도 쓴다.
작가라는 내일을 만나기 위해.
"오늘 안녕, 내일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