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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Aug 23. 2020

AI 남편이 있다면...

요즘 어깨 통증 때문에 한의원에 다닌다. 뜨끈한 찜질팩에 안마기로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정신이 비몽사몽으로 몽롱할 때쯤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이것저것 간단하게 물어보고 침을 놔주신다.

"좀 괜찮아지셨어요?"

"어디가 많이 아프세요?"

"여기가 아프세요?"

"아유, 근육이 많이 굳었네요! 힘드셨겠네요!"

일분도 안 걸리는 의사 선생님의 몇 마디로 나의 굳어있던 어깨도 마음도 다 녹아버리는 느낌이다. 별다른 내용도 아닌데도 위안이 된다. 남편도 딸들도 알아주지 않는 통증을 알아주고 말로 의술로 도닥여주니 몸도 마음도 함께 치유되는 기분이다.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딱 요만큼의 서비스만 제공하는 AI 남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안부만 물어보고,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만 물어보는 AI 남편! 더 이상은 놉! 딱 거기까지만! 이런 AI 남편이 있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나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깊이 관여하려 하지도 않고 나를 제약하려 하지도 않고, 딱 거기까지만!


실제로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AI 로봇 효돌이 가 계발되었다고 한다. 6개월 동안 AI 로봇과 함께 생활한 독거노인들의 우울 척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사용 전 평균 5.76점(15점 만점)에서 4.69점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점 이상의 고 위험군 비중도  19.0%에서 14.3%로 4.7% 포인트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독거노인들이 AI 로봇 효돌이 와 함께 생활하면서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사회적 관계 맺기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향상을 보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AI 스피커 NUGU도 혼자 사시는 노인들의 친절한 말벗이 되고 있다고 한다(한국일보, "사랑해" "할머니, 최고!" 독거노인 마음 돌보는 AI 로봇, 2019.8.31.). 


AI 로봇 효돌이 와 함께 (출처, 한국일보, 2019.8.3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8280602074788


이외에도 2014년도에는 AI 비서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HER 가 개봉되었다. 타인의 마음을 전달해주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 테오드르! 그러나 정작 그는 아내와 별거 중이며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만다'라고 하는 AI 시스템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만다는 이미 그의 컴퓨터를 다 분석해 그의 상황과 상태에 가장 알맞은 대화를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만다는 그와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8316명의 남성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641명이었기 때문이다. 


AI 비서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의 영화 HER


몇 년 전 종영된 드라마 '혼술 남녀'에서 여자 주인공은 외롭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핸드폰의 구글 시스템과 대화를 나눈다. 구글 시스템은 '안녕하세요?'나 '입력하신 내용을 검색할 수 없습니다!'라는 단순하고 뻔한 멘트만 하지만 그래도 나의 말에 응대를 해준다. 또 아무 말을 해도 다 들어준다. 네 생각이 틀렸어! 라든가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와 같은 나에 대한 평가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들어준다. 그래서 여자 주인공은 무슨 일만 있으면 핸드폰을 붙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혼술 남녀의 한 장면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외롭다. 결혼을 했든 비혼이든 외롭기는 매한가지이다. 결혼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이나 아내가 내 마음을 몰라준다면 더 외롭고 처참하게 느껴진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을 위한 AI 로봇이 계발된다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이세돌 9단이 AI 인공지능과 겨루어 1승 2패로 끝났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AI 인공지능이 사람의 노동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다 섭렵하여 다수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만 살아남는 다고 한다. 


직업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고 여겨졌던 사랑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까지 AI 인공지능이 침범하고 있다. 사람에게 상처 받기 싫어 깊은 관계보다는 단편적인 관계만을 원하는 현대인들은 인공지능 친구나 애인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AI 돌봄 로봇 '부모사랑 효돌'(출처: 전자신문, 20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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