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선생님이 갑자기 와서 김치를 사라고 한다. 그저께 김치를 사놓은 게 생각났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옆 학교에 학생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갑자기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급식 주문에 차질이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어제는 교육부에서 수도권 고3을 제외한 모든 학교 학생들에 대해 9월 1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을 선포하였다.
원래 급식 주문은 일주일 단위로 미리 하는 것이어서 이렇게 갑자기 등교중지가 되자 학교에서는 취소를 해야 하고 업체에서는 난색을 표명하게 된다. 고기류는 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소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김치는 9월 11일까지 두면 상하기 때문에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교직원들이 김치를 십시일반으로 사주는 것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먹을 식구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10kg을 사셨단다. 나도 배추김치 5kg, 오이소박이 3kg을 샀다. 교무실의 다른 선생님들도 열무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종류별로 필요한 만큼 김치를 주문했다.
오늘 드디어 주문한 김치가 도착했다. 모두 검은 봉투에 든 김치를 바리바리 들고 퇴근을 했다. 집에 와서 주문한 오이소박이를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집에서 담가먹는 것에 비해 맛이 뒤지지 않았다.
"엄마, 이거 웬 김치야?"
"어, 엄마가 김치로 이웃 돕기를 좀 했어! "
"????"
"원래 학교급식용 김치인데 갑자기 급식을 못하게 돼서 직원들이 대신 사주기로 했거든. 김치는 금방 상하잖아!"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서 원격 수업일이 많아지고 등교 수업하는 날이 줄어들면서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재배농가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1학기 때도 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자 학교급식용으로 계약을 맺은 농가에서는 감자와 양파를 전면 폐기했다. 2학기 시작을 앞두고 코로나가 재 확산되면서 또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자 농가들은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김치만 샀을 뿐인데 김치 업체를 살리는 길이었다. 십시일반으로 주민들이 나서서 농가의 농산물을 조금씩 구입해주면 좋을 텐데. 올해 3월에도 급식 미실시로 남아도는 감자를 남편이 2박스나 사온 적이 있다. 그것을 처치하느라 혼이 좀 나긴 했지만 좋은 뜻으로 산 것이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르는 척했다.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요즘 발달한 sns를 통해 판매 통로를 개설한다면 소비자는 싼 값으로 양질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농가들은 폐기하는 일 없이 조금이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와 소비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