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 속 아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by 세둥맘

정기 검진 날이다. 일 년에 두 번 내 몸은 스캔을 당한다. 엑스레이 검사, 피검사, 유방 초음파, 복부 초음파, 뼈 검사까지! 다 하고 나면 하루가 획 지나간다. 수술 후 처음에는 CT촬영과 MRI까지 했는데 두 개가 빠지니 산뜻하고 가볍다. 다른 사람들은 일평생 한 번 할동말동한 검사들을 나는 벌써 몇 번이나 한 거지? 오늘 횟수를 세어보니 열 번이다. 이제 내년이면 수술한 지 오 년이 되는데 이제 고만해도 되지 않을까? 처음에 이런 무시무시한 검사들을 할 때는 서글프기도 하고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치과 정기검진을 받듯이 씩씩하게 차를 몰고 가서 진료안내서에 적힌 순서대로 화살표를 따라 바쁘게 이동하면 그뿐이다.


초음파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가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 앞에 인큐베이터가 있었다. 그 안에는 세상에나 인형보다도 작은 아기가 실려 있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핏덩이였다. 속살은 핑크빛을 띤 붉은색이었다. 내 주먹만 한 머리에는 체온 유지를 위한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노란색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아기인지 인형인지 구분이 안 갈 때마다 입에 문 공갈 젖 꼬지를 열심히 빨아댔다. 가끔가다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눈도 옅게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인규베이터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내 눈 바로 앞에서. 인큐베이터 밑에는 가스 집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산소통 두 개가 달려 있었다. 그것을 통해서 아기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산소통 위에는 각종 계기판 숫자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아기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 이리라. 내가 계속 빤히 쳐다보고 있자 담당 간호사가 인큐베이터를 쓸어내리고 조그만 먼지도 떼고를 반복했다.

"산모가 조산을 했나 봐요?"

묻고 싶었지만 왠지 아기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차마 묻지 못했다. 아기는 소아과 초음파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서가 되어 아기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기는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아기는 온몸으로 말하는 듯했다.

"나는 살고 싶어요!"

공갈 젖꼭지를 열심히 빨아대면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 같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바깥세상을 응시하며 이 좁은 인큐베이터를 빨리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가늘게 찢어진 눈을 옅게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면서 너른 세상을 훔쳐보는 것 같았다.


아직 첫울음도 제대로 못 울었을 텐데 좁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죄도 잘못도 없는 아기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리고 버텨내고 있었다. 아픈 삶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 작은 몸으로 온 힘을 다해 살아내고 있었다. 내가 왜 아프냐고? 왜 나만 아프냐고? 투정 한마디 없이 온몸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오로지 살아내는 것만이 숨을 쉴 수 있는 것만이 그 아기의 최대의 과업인 것처럼. 너무도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행복, 불행은 없다. 그냥 주어진 삶을 묵묵히 견디며 사는 것이다. 인큐베이터 속의 작은 아기가 나에게 온몸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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