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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SS
Sep 21. 2016
詩 추워졌다 벌써
사는게 뭐라고 160921
가을이 떨어지고 있는 다리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나보다
더 가만가만히 나무가 껍질을 벗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무는 옷을 벗기 시작했을까
문득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무겁게 느껴졌다
신발도 무겁고 반지도 무겁고 모자도 무겁다
신발끈이 답답했고 반지의 크기도 괜히 미워졌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 다시 그 다리를 건너오는데
새소리가 들렸다 새는 보이지 않았는데
새소리는 어딘가에서 계속 들렸다
나는 그걸 또 받아 적으려고 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낸다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무의 민망함 앞에서
이게 뭐 하는 건가, 생각하다
문득 추워졌다
가을이 추워졌다
벌써 추워졌다
여름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黑愛, 추워졌다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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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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