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자, 상처를 위로하는 친구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우리가 마주하기 힘든 상처가 자리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잊은 줄 알았던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나를 지배하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치유의 글쓰기'는 이 상처를 피하지 않고 글을 통해 마주하며,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상처와 이야기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글로 표현하기를 두려워합니다.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고통을 다시 마주하는 두려움: 상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과의 대면: 글을 쓰는 동안 억눌려 있던 슬픔, 분노, 수치심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완벽하지 않아 보이는 글에 대한 부담감: 글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처를 글로 표현하는 과정은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과거의 고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고통을 재구성하고, 상처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돕는 과정입니다.
상처를 글로 표현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질 때,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상처를 표현하기 부담스럽다면, 이를 다른 사물이나 자연 현상에 빗대어 표현해보세요.
"내 상처는 태풍이 지나간 황폐한 들판 같다. 잡초만 무성하고, 나무들은 뿌리째 뽑혀 있다."
"그날의 기억은 가슴 한쪽에 박혀버린 유리조각 같다. 조각을 꺼낼 때마다 아프지만, 남겨두면 더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과거의 실패를 부서진 유리창으로 표현
헤어진 관계를 겨울의 나뭇가지로 묘사
불안을 불완전한 퍼즐 조각으로 나타냄
이렇게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면, 상처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상처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과거의 상처를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고,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서술해보세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항상 두려움에 떨었다."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적어봅니다.
"나는 그때 무력했고, 내 존재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바라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지 적어봅니다.
"그 상황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모든 것을 견뎌내며 여기까지 살아왔다. 나는 충분히 강했다."
이렇게 글로 과거를 재구성하면, 상처 속에서도 내가 배운 것과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상처를 더 이상 부정적인 기억으로만 남기지 않고, 나를 성장시킨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됩니다.
지금 떠오르는 상처를 하나 선택합니다.
그 상처를 하나의 사물, 장면, 혹은 자연 현상으로 비유합니다.
예: "내 상처는 부서진 오르골 같다. 멜로디는 어딘가 삐걱거리지만, 여전히 아름답게 들린다."
그 상징을 중심으로 글을 써 내려갑니다. 어떻게 그 상징을 다시 고칠 수 있을지 적어보세요.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적고, 지금의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써보세요.
"어린 나야, 너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모든 시간을 견디고 이 자리에 서 있어.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줘."
이 편지를 통해 상처를 위로하고 수용하는 연습을 해봅니다.
상처를 준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는 절대 전달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사람 혹은 상황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을 때, 그 과정을 글로 적어보세요.
"나는 네가 나에게 한 행동을 절대 잊을 수 없겠지만, 이제는 이 상처를 붙잡고 있는 것이 나를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를 위해 이 상처를 내려놓는다."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솔직함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상처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진솔하게 마주하는 것입니다.
또한,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을 쓴다고 해서 바로 아픔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글쓰기를 실천하다 보면, 상처가 점점 가벼워지고,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상처와 이야기하는 글쓰기는 단순히 아픔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아닙니다. 이는 상처를 수용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더 나은 나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입니다. 글쓰기는 우리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자, 그 상처를 위로하는 친구와도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상처에 한 줄의 글을 남겨보세요.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하고, 글쓰기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