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기록(2022.11.23)

왜 이렇게 답답할까.

by 소국

내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집 안에 들어와도 답답하고, 집 밖에 나가도 답답했다. 정말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데, 17일에 있었던 학술대회 이후로 계속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건은 학술대회 이후에 삼겹살집에서 시작되었다. 당일에는 모두가 수고했으므로 맛있는 거 먹고, 빠르게 해산하고 다음날 만났다. 문제는 이 날 터졌다. 안내팀의 한 선생님이 오시더니 학예팀의 계약직 남자 선생님께 소리를 지르며 얘기하시는 것이다. <안내팀을 무시하는 거냐. 학예팀은 같이 앉아서 식사하고, 너무 동떨어진 자리에 안내팀을 앉혔다. 그리고 남자 선생님이 자리를 안내할 때 너무 무뚝뚝하게 이리 가세요 저리 가세요 하는 바람에 안내팀 직원들이 마음이 상했다.>가 요지였다.


나는 소리를 지르는 그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격지심인가. 피해의식인가.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는 안내팀을 배려한다고 식사를 챙겼고, 관장님이 우리 박물관 직원을 다 챙기기 위해 애쓰신 게 보였고 우리도 나름 챙긴다고 챙기는데도 여력이 안되는 거였다. 우리 박물관 직원들 테이블이 이미 2팀으로 나뉘어 있고, 발표자와 토론자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어서 어쩔 수 없이 동떨어져 앉게 되어버렸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앉다 보니 안내팀의 경우는 구석진 자리가 된 것이다. 거기서 1차로 화가 나시고, 2차로 안내하는 계약직 남자 직원이 너무 지시적이고 딱딱하게 저리로 가라 식이었다는 것이다. 하. 트집을 너무 잡는 것 같아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하. 누가 누굴 무시한다는 건지. 저분이 오히려 남자 직원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너무 비꼬듯이 말해서 아차 싶었다.


마음이 닳았다.


학술대회 이후, 19일부터 김장이 시작되었다. 어찌나 고되고 힘들던지. 온갖 짜증이 났다. 이놈의 김치 안 먹고 말지. 싶을 정도였는데도 생각보다 어머님 덕분에 수월하게 끝나긴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틀간 김장을 해야 했고, 학술대회에 걸쳐 2일간의 김장 대장정에 나는 녹초가 되었다. 심지어 김장날과 생일이 겹쳐서 가족들이 내 생일을 신경 써주는데도 몸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았다. 사실 즐겁고 재밌게 김장하고, 생일 파티하고, 외식도 했다. 우리가 감정을 날을 세우지 않으려 서로 노력했고, 서로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을 연이어하며 잘 마무리되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숨길 수 없는 것이 녹초가 되니 말이 곱게 나올 리가 없다. 순식간에 입이 거칠어진다. 잘 쉬려고 애를 쓰지만, 월요일이 왔다. 결국 또 사건이 터졌다.


학교에서 학부모교육이 있었다. 월요일 저녁에 모이란다. 주중 내내 주말에 아이가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고 목 빼고 기다렸다. 주중에는 일 때문에 바쁘고, 주말에는 몸이 아픈 엄마는 우리 아이가 친구랑 마음껏 못 놀았다는 생각에 얼른 꾀를 내길, <학부모교육 때문에 엄마 학교 가려는데, 승리 너도 학교 같이 가서 학교에서 놀자> 했다. 아이를 설득시키고, 그렇게 친구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단체문자가 왔다. <엄마들이 교육을 들을 때 아이들이 학교에서 논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말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교육 때는 <아이들이 학교에 올 경우, 공부를 하던지 아니면 조용히 책을 보도록 지도하겠다>는 것이다. 문자를 2번 받고, 나는 마음이 새어 버렸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수업 외적인 돌봄에 열린 것처럼 학부모교육 시 아이들을 동반하면, 학교 측에서 돌보아주겠다고 아이들 동반해서 현장 참석을 권유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태도 돌변에 너무 화가 나는 것이다. <학교 측에 유리한 현장 참석률은 높이고, 떠들거나 노는 아이들은 안된다>는 이 태도가 화가 났다. 박물관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주책맞게. 이유는 몸이 아팠다. 몸이 아픈데도 참석을 하려고 했는데 학교 측의 태도가 너무 맘에 안 든다. 아이에 대해 말하다가 숙제 부분에서 <숙제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몇 개 틀렸는지를 벌써부터 걱정한다. 내가 매번 얘기하기를 뭐 그런 게 중요하냐. 다 틀려도 괜찮으니 너무 속상해말라. 그게 인생에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아이의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게...> 하다가 운 것 같다.


마음이 새어나갔다.


결국, 나는 학부모교육을 참석하지 않고, 줌을 통해 교육받고 아이도 집에서 놀았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오늘 내 옆자리 선생님한테 내가 업무적으로 잘 모르겠는 부분을 여쭈어보았다. 사실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고 일하는 건 아니라서 새로운 걸 해야 할 때, 자꾸 물어보게 된다. 옆자리 선생님은 평소 농담을 잘하시는 선생님이시고, 사무실의 분위기를 띄우려 많이 노력하신다. 그런데 그만큼 오시면 내가 뭘 할 때 집중이 잘 안 될 때도 많다. 오늘은 출근을 하시자마자, 갑자기 사무실 여기저기를 치우기 시작하신다. 요즘 몸이 계속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이 선생님도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바쁘거나 일이 많으시면 약간 부산스러워지시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나는 또 그런가 보다 했다. 아니면 정말 더러워 보여서 누구 시키기 난감해서 치우셨을 수도 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시는데, 그때 내가 업무를 물어본 것이다.


30일이 되면 나는 계약이 종료된다. 그전까지 근태 기록을 다 마무리 지어야 해서, 그동안 쓴 휴가 문제, 근태 기록을 본부에 넘겨야 했다. 마음이 바빴다. 그래서 시스템을 물어봤는데, 가르쳐주시는데 내가 중간중간 아는 척을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장난으로 꽥 소리를 지르며 <제발 내 말 좀 들어!!> 했다. 앞자리 선생님들은 막 웃으셨는데, 순간 나는 정말 진심으로 무안했다. 얼굴이 빨개지고 그 뒤로는 대답을 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계속했다. 선생님도 민망하셨는지 부드럽게 마무리하시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마음이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아서, 남들 대화 나눌 때 끼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그런 거 급한 거 아니니까 그쪽도 밥 먹을 테니, 와서 밥 먹어요> 하셨다. 그런데 나는 그냥 끝까지 근태 기록을 썼고, 본부에 넘기고 자리에 합석했다. 우적우적 밥이나 먹는데, 말이 하기 싫어서 말을 하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생님이 먼저 산책 가자 하셔서 모른척하고 그냥 따라나갔다. 자연스레 얘기하고, 산책했다.


하. 매일이 쉽지 않다. 어렵다(라고 말하면, 옆자리 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어렵지 않아>라고 얘기해주시며 다독여 주시긴 했다). 감사하면 그걸로 땡 해야 하는데, 난 왜 이렇게 섭섭한 게 많은지. 인간이 하나님도 아닌데 어떻게 내 마음을 다 알아주랴. 내가 힘들면 남 힘든 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사무실이 나만 힘들쏘냐. 모두가 죽을 맛으로 일하는 모습이 안 보이는 거냐. 하. 나란 인간. 정말 안타깝다.


일상이 너무 스펙터클하게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7일이 하루처럼 훅 지나가 버렸다. 힘든 시간을 잘 버틴 나도 대단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너무 고맙다. 본인들은 힘든 게 없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알게 모르게 가족들 사이에 새어나갔을 짜증과 한숨을 이 아이들이 견뎠을 생각을 하면 참 미안하다.


힘들수록 서두르면 망치는 법. 나 자신 마지막 30일까지 천천히 하나씩 내일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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