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으로 내 안의 두려움이 위로를 받았다._23.12.9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래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한 달 남짓 굳게 침묵을 지켰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 씌었다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한번 말문이 트이자 멈추지 못했다.
"그때 그 애가 하자는 대로 개를 데려왔어야 하는데" 그녀가 억양 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개를 키우자는 말을 들어줬으면 그 대신 자전거를 사줄 일도 없었어. 내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개는 못 키운다고 했어. 그래서 자전거를 선물했어. 생일 축하로, 그 작은 빨간색 자전거를. 그런데 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일렀어. 그렇지? 자전거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사줬어야 했는데. 자전거 때문에, 나 때문에, 그 애가 목숨을 잃고 말았어. 나한테 개털 알레르기가 없었다면 그 애는 사고를 당하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을 거야. 지금도 우리랑 같이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 한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높은 벽에 엄중히 둘러싸인 이 도시에서 나가기란 결코 간단하지 않을 텐데."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년은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 당신의 분신이 그 용감한 낙하를 바깥세계에서 안전하게 받아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면 됩니다."
그 용감한 낙하를 바깥세계에서 안전하게 받아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