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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Oct 26. 2017

흘려듣는 것도 기술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버리는 <흘려듣는 기술>

경청 후의 선택은 자신의 몫


어떤 책에서 '인간은 하루에 9만 단어를 생각하고 여자는 6만 단어를, 남자는 2만 단어를 말한다.'라는 글을 읽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일 장편소설 한 권 분량만큼 말하고, 그의 수십 배에 달하는 타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하루에 듣는 모든 말을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내게 필요한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버리는 <흘려듣기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흘려듣기'는 선택을 전제로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기억할 것과 버릴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 결과 3시간 내내 ‘결국 여자는 결혼을 해야 한다.’며 떠들던 부장의 말은 통째로 버려질 것이고, ‘너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더 힘내’라는 누군가의 응원은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자신이 찾아야 한다.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로 발견하는 판단의 영역이며, 이는 곧 삶의 가치관과 연결된다.


경청과 선택은 다른 영역이다. 자신의 말을 청자가 고스란히 따라줄 거라 생각하는 것은 화자들의 착각이다. 노련한 사회인이라면 불필요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경청하는 자세를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니 자신이 진지하게 한 말을 상대방이 흘려들었다면, 서로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내게는 중요한 것이 타인의 삶에서는 전혀 가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하는 사람은, 인생에서도 의미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말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흘려듣기의 기술


또한 '흘려듣기'란 타인의 말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확신이 있고 자신감이 넘친다면, 남의 말은 얼마든지 조언으로 여기고 넘어갈 수 있다. 이미 뚜렷한 목표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흘려듣기가 사용 불가할 때가 있는데, 바로 정신건강이 취약할 때다. 심신이 약해졌을 때는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상대방이 아무렇게나 던진 말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져서 며칠을 앓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아무 말도 안 듣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화자의 말은 청자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청자의 기억 속에서 자유롭게 왜곡되거나 곡해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 흘려듣기는 필요하다. 또한 타인의 말에 쉽게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특히 삶의 지향성이 맞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흘려듣는 기술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공격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방패를 항시 소지하는 것 - 그것이 흘려듣기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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