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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제인 Aug 11. 2024

대체로 행복합니다

8월 둘째 주

240810 

 


 “엄마, 나 불행해”라고 고백한 몇 달이 지나고 나는 얼마 전 회사에 공유한 글에서 대체로 행복하다는 글을 썼다. 거짓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쉬지 않고 바삐 돌아가는 일상을 지나 특별히 내 상황이 변모하거나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다고. 


바꾼 것은 나의 태도, 정도였다.



 이번 봄에 결혼한 친구가 있다. 결혼 한 달 전,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갑자기 숨을 쉬기가 어렵고 운전조차 버거워지며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왔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계획에 없던 아기가 생기고 여자친구와 결혼하려던 계획을 앞당겼고 또 함께 살고 있었다. 증상을 말하던 때, 바로 정신과를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이런 증상이 한번 더 일어난다면 공황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추측했다. 정신과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는지 그는 내과를 한번 찾아가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받았고 너무도 멋지게 결혼식을 치러냈다.



 그리고 며칠 전, 비슷한 증상으로 곧 죽을 것 같은 증상 때문에 119를 불러 심장내과에서 약을 처방받았다고 말했다. 심장계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안정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 일이 한 번의 이벤트로 일어난 것이기만을 바랐는데 공황증상이 또 찾아온 것이다. 그는 여전히 정신과에 방문하기를 꺼리고 있었다. 나는 꼭 정신과에 가보라고 다시 권유했다. 그리고 인생 전체를 살펴보며 무엇이 원인인지 내가 왜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인지 짚어보는 상담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약의 종류가 무엇이건,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문제는 두 번째다. 병식을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치료가 시작된다고 말이다.



  정신과전문의도 아니고 심리상담 전문가도 아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많이 알고 있어서가 아니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를 토대로 말해줄 수 있는 범위에서 말해준 것이다. 나도 어떤 병을 겪었고 내가 어떤 약을 먹었으며 지금은 단약 할 수 있었는지 그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가장 행복할 것 같은 때에 찾아온 공황증세라니. 인생에서 느닷없이 찾아온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혼란스러울 것 같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불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우울과 행복은 또 어떨까. 

이따금 불안하고 여전히 우울할 때가 찾아온다. 그러나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고비 같은 시간을 겪으면서 거리유지감각과 조절능력을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도 그와 같은 병이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고 그와 친구 하며 잘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지낼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여전히 행복은 순간이라 여긴다.

여태껏 살아온 내 인생 안에서는, 삶이란 고통이 가득한 것이 디폴트 값이다. 

그래도 행복한 순간, 그 찬란함을 기억하는 건 고통뿐인 삶이라는 전제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백골뱅이탕을 먹어서 좋았고,

스트레스받을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깔깔 웃으며 일했던 이번 주가 행복했다.

출퇴근길에 사고 나지 않고 안전한 운행이 되었던 것,

모든 것이 그러지 않아서 다행인 것,

적어도 불행하지 않다고 고백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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