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335 - 누가 삶의 기쁨을 느끼는가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피아노 소리다. DDP를 한 바퀴 봤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악보는 싱크패드 노트북처럼 검정 노트북 화면이다. 160~170도 정도로 펼친 화면을 피아노 악보 받침대 위에 세워 두었다. 노란색, 핑크색, 연두색으로 화려하게 색칠된 피아노 앞에 한 남자가 몰입해 연주를 한다. 뒷부분에는 팽이 의자가 몇 개 놓여 있다. 사람들이 앉으면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한 번 앉아 보니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피아노 치는 사람도 거꾸로 보인다.
"저 사람은 돈 받고 연주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치는 걸까?"
갈까? 연주가 한 곡 끝나는 듯 보여 남편이 물개 박수를 친다.
"짝짝짝짝짝짝!!!"
"박수만 치면 어떻게? 가서 기부라도 좀 하고 오지."
거리의 악사처럼 돈을 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피아노 건반이 눌려지는 소리가 야외무대에서도 퍼져나간다. 어렸을 때 교회 피아노 앞에서 치던 언니들의 뚱땅거리던 피아노 소리와 차원이 달랐다.
진정한 나눔이란 뭘까? 내가 가진 것을 어디에서든 나누겠다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를 멋들어지게 연주하기까지 그 연주자는 삶의 기쁨을 누리며 살았을까? 피아노 학원에 다니든, 독학을 하든 매 순간 기뻐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제 연주만큼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기쁨이 퍼져 나오는 듯했다.
관리실에 전화할까, 인테리어 사장님께 전화를 할까 아침부터 걱정거리가 생겼다. 어제 아침 설거지를 하고 났더니 싱크대 앞에 물이 흥건해졌다. 혹시라도 누수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조마조마했다. 점심과 저녁 설거지 거리는 쌓아두었다.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를 하니, 주말 동안 밀린 민원으로 화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방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접수를 했다. 인테리어 사장님께 전화드렸더니, 잠시 후에 올라오셨다. 배수관이 막혀서 역류되는 것 같단다. 사람을 불러서 뚫으면, 10만 원~15만 원 정도 한다고. 불러 줄까 물으신다. 그전에 오픈 채팅방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오물까지 녹여주는 약품들을 2 개 소개받았다. LG생활건강에서 나온 홈스타 막힌 곳을 부탁해 펑펑이랑 쿠팡에서 팔고 있는 버블 스토리 오물용해제 하수구클리너. 일단 쿠팡맨을 불러보기로 했다. 사장님께 좀 더 지켜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와서 뚫어도 비슷한 약품을 쓸 거라는 지인들의 조언이 있어서다. 약품으로 간단히 처리하면 10만 원 내인 거 같고, 기계 가져와서 뚫는 거는 30~40이었던 것 같다며 경험담을 풀어주셨다. 해보니 좋아졌고, 이게 좀 강력할 거라고 알려주신다. 가벼운 농담을 섞어 조언을 해주는 동료들이 있으니, 걱정만 하는 남편보다 든든했다.
인테리어 사장님이 나가실 때, 현관 센서등이 고장 났다고 말씀드렸다. 남편이 고쳐달라고 부탁해 보라는 게 기억났다. 관리실에서 보통 안 해주는데, 본인이 연락해 주겠다고 한다. 잠시 후 전화 한 통이 왔다. 성* 인테리어 사장님이 연락 왔다고, 지금 집에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후에 오셨다. 의자를 하나 달라고 해서 현관에 꺼내 드렸다. 기사님이 의자 위로 올라가 현관 전등을 분해한다. 나사가 떨어질지 모르니 어디로 튀어가는지 잘 지켜보라고 하신다. "센서 고장이네." 전등을 떼어내 바닥에 다시 앉아 새로운 센서로 교체했다. 전구도 하나 더 달아준다. 전선을 연결하는 부분이 이전에는 검은색 절연테이프였다. 이제는 회색 캡으로 덮을 수 있는 구조다. 출장비는 없다, 부품교체비만 16000원이다. 다 고쳤다는 듯 이쪽으로 나와보세요 한 마디 하신다. 1년 이상 방치하고 있던 현관 센서등을 덕분에 교체했다. 현관 앞 복도만 지나가도 어두웠던 현관이 밝게 빛난다.
밤 10시가 넘었을 때다. 카톡을 보니 메시지 하나가 와 있다.
"도와주셔서 이제 판매중으로 올라왔어요~ 감격의 순간!!! 감사합니다!!!! 완전 신기!!!"
파이어북 책쓰기 수강생이 전자책 등록이 완료되어 승인을 받았다는 메시지였다. 전자책이라도 개인 저서를 출간했다. 함께한 지 2년차되는 수강생이다.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며칠 전부터 활동중이다. 나보다 좋아요 공감수가 훨씬 많이 나온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노출이 잘 되지 않아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브런치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권유했다. 역시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을 알아보는 브런치 작가들이 많았다. 독자가 있는 글이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수강생이 책을 출간하면 수강생도 도와주는 코치도 삶의 기쁨을 느낀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건 어렵지 않다. 타인이 잘 못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밥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 설거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도 있다. 댓글 하나, 이모티콘 하나로 사람들을 웃게 해 주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도 있다. 책을 읽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고, 책을 쓰면서 기뻐하는 사람도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없으면 쓰는 사람도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게 요청하는 것,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그러니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삶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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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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