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계·SNS, 그냥 두는 게 약이 될 때

-『사람을 얻는 지혜』138 현명한 의사는 처방할 때와 그대로 둘 때를

by 와이작가 이윤정

"내버려두는 기술"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보다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오히려 상처를 쉽게 아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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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팔, 왼팔에 오돌토돌한 피부 요철이 생겼다. 오른 팔에 생기는 것 같았는데, 며칠 후 왼팔에도 생겼다. 가만히 두면 가라앉을 것을 피부에 피부질환이 생기면, 손이 계속 간다. 간지럽게 느껴지면 손으로 박박 긁는다. 그러면 다시 딱지가 생기고, 또 긁다가 피도 나고 다시 울긋불긋해지면서 흉터가 된다.


사춘기 때 여드름이 나지 않았다. 덕분에 얼굴에 여드름 흉터가 없다. 아마 사춘기 시절 여드름이 났다면 내 얼굴은 반점 흉터로 얼룩덜국해졌을 듯 싶다. 대신 뒤늦게 뾰루지나 피부질환이 생기고 있다. 고기나 설렁탕, 갈비탕, 곰탕류를 며칠 먹고 나면 얼굴과 몸에 뾰루지가 이곳 저곳 올라온다. 며칠 가지 않아 곪아 아프다. 누렇게 곪을 때 까지도 가만 두지 못한다. 뾰류지가 올라오면 손톱으로 꾹꾹 누르거나 뜯어버려서 딱지가 생긴다. 피부를 내버려두어야 하는 데, 괜히 손으로 만져서 상처를 만들고야 만다.


인간관계도 피부와 닮아 있다. 직장 동료와 사소한 다툼이 생겼을 때, 즉시 대응하고 이유를 조목조목 따지는 사람이 있다. 동료는 그중 한 사람이었다. 반응이 빠를수록 불씨는 더 커졌다. 동료와 나 사이의 갈등을 팀장이 중재하려다 오히려 한쪽 편으로 보여졌다. 동료가 더 화를 냈다.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식자, 왜 그 일이 문제였는지조차 희미해졌다. 그냥 가만히 두었더라면 더 빨리 잊혔을지도 모르겠다.


SNS를 운영하다 보면, 매크로로 자동으로 달리는 댓글이 있다. 홍보성 댓글도 종종 달린다. 악플이나 상대를 비방하는 댓글도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오히려 반응하기 보다는 그냥 내버려 두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글은 당신이 반응하게 만드는 댓글이다. 반응할 수록 그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행동이다. 한 번은 책 리뷰를 남겼다가 반대측 사람이 저자에 대한 비방 글을 가득 남겨둔 글이 있었다. 지울까 싶었지만, 오히려 지웠다가 더 반발을 불러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글을 더이상 검색되지 않도록 기능설정을 바꿨고, 그 댓글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어차피 오래된 글은 찾아서 읽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아침마다 하루 10분 《렛뎀 이론》을 읽는 중이다. 나흘 째다. '내버려두기'와 '내가 하기' 개념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무의식에 심는다. 볼펜으로 팔목에 "Let them, Let me."를 나흘 째 적고 있다. 처방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를 구분하려고 의식적으로 멈추려한다. 팔이 가려울 때 손을 억누르듯, 감정이 일어날 때도 즉시 대응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만의 내버려 두는 기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배탈이 나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냥 빈 속으로 가만히 내버려 둔다. 장은 비워야 가라 앉았다.

배우자와 감정 다툼이 생기면 서로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감정이 서로 가라 앉을 때까지 가만히 둔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속상하거나 서운하거나 화가 나면, 크게 복식호흡하면서 숨을 쉰다.

불편한 관계가 된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쓴다. 바로 전달하지 않고, 며칠 묵힌다. 다음에 고쳐쓴다.


마음의 상처도, SNS의 소란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가라앉는다. 손을 좀 더 억누르고, 말을 조금 더 늦춰본다. 내 일상이 더 가벼워진다.


책으로 여는 두 번째 삶, 파이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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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3000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

https://litt.ly/ywritingco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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