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가도 편안합니다.

거인의 생각법 135-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

by 와이작가 이윤정

결혼하면 며느리들은 시댁 눈치를 보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댁 눈치를 보며 살다 보니 평소뿐 아니라 명절 같은 경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결혼하고 처음에는 시댁 눈치가 많이 보였습니다. 혹시라도 트집 잡히지 않을까 했거든요. 어머니 아버지는 새벽기도를 가십니다 5시에 일어나 교회에 다녀오시죠. 처음에는 교회 다녀오실 즈음에 일어나 있어야 하나 싶어서 신경을 많이 썼죠. 밤 11시 넘어서도 부엌에서 요리를 준비하시니, 방에 있다가도 나가봐야 하나 싶기도 했었어요.


저는 시댁에 오면 집에 있을 때 보다 항상 많이 먹습니다. 서울에 있는 저희가 내려가면 항상 음식을 사 먹는 걸로 알고 계시니 집에서 요리를 해주시죠. 시댁 주방은 어머니 소유잖아요. 결혼 13년 차지만 매번 시댁에서는 얻어먹고 옵니다. 제가 가면 남편 혼자 갔을 때보다 더 많은 요리를 해주십니다. 이번에도 갈비, 오징어튀김, 올갱이국, 삼겹살, 콩비지찌개까지 해주셨어요.


저는 설거지 담당입니다. 이사 오기 전에는 넷이 밥 한 끼 먹으면 그릇은 기본 12개, 그 외 접시, 물컵까지 더하면 싱크대가 가득 찹니다. 다행히 이사를 하면서 이번 집에는 식기 세척기가 있습니다. 어머님은 그냥 빨리 손으로 씻고 싶어 보였지만, 어머니 아들이 식기 세척기 쓰라고 하니 그러라고 합니다. 제가 그릇을 대충 헹구고 식기 세척기에 그릇을 채워 넣습니다. 세재도 넣고 표준모드로 맞춘 다음 식기 세척기 문을 닫습니다. 예전에 비해 여유가 생겼죠.


오늘 새벽은 6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어머니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더 잘까 싶다가 일어나 책 읽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 했죠. 그때즈음 어머니가 들어오셨어요. 어디 다녀오셨냐고 물어보고는 다시 방에 들어왔어요. 남편이 웬일로 일찍 일어납니다. 8시 즈음 거실주방에 나와서 어머님 폰을 살펴봤어요. 어제 기차 타고 시댁에 내려가다가 남편이 skt 선택약정이 해지되어 다시 가입한 게 생각났습니다. 시부모님도 선택약정할인 기간이 끝났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아버님, 어머님 폰에서 각각 T월드로 들어가 봅니다. 예상대로 약정할인기간이 종료된 상태였죠. 두 분 다 12개월짜리로 다시 선택약정할인을 신청해 드렸습니다. 자급제폰이라 기본요금에서 25%를 할인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동안 놓친 건 아쉽지만 이번 달부터 다시 가입되었습니다. 24개월짜리도 있지만 12개월 해야 나중에 폰이 바뀌어도 위약금이 적다고 해서 누가 12개월로 하라고 했었어요. 요금 내역서를 살펴봤어요. 이상한 부가서비스가 보입니다. 쇼핑레터 3000원, 세이프(?)인가 3000원 이렇게 6천 원을 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어머님은 모른다고 하셨죠. 아버님폰을 확인하니 마찬가지네요. 아침부터 부가서비스 해지와 선택약정할인 가입으로 한 달에 적어도 만 오천 원의 요금을 줄여 드렸습니다.


어제는 지인에게서 사과 10kg을 받았는데 들고 올라오느라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네요. 카트 하나 사드려야겠다 싶어서 쿠팡 로켓 배송으로 신청해 받고 사용법을 설명해 드렸어요. 이사하다가 다리미를 버리고 왔다며, 다리미가 없어서 불편하신 듯 보였습니다. 로봇청소기를 몇 년 전이 샀는데 앱이 먹통이라 제대도 동작을 안 합니다. 청소하기 힘들잖아요. 이사 오면서 아직 공용 욕실에 비데 설치를 못했습니다. 마음에 짐으로 갖고 있었는데요. 저녁 먹고 오는 길에 하이마트에 들러보자고 했습니다. 거기 가니 다 있더라고요. 로보락 최신 버전 s8 Max V ultra 모델을 보니 가격이 179만 원입니다. 주말 할인가는 7만 원 할인했었는데, 평일이라 정가더라고요. 아버님이 비싸다고 합니다. 온 김에 다리미랑 비데가 있어서 살펴보고 다리미 하나만 구입했습니다. 어머님이 뿌듯해하십니다. 청소기도 갖고 싶긴 한데 아버지가 못 사게 하니 아쉬워하는 모습이 보였죠. 네이버쇼핑을 열어 모델을 검색하니 오늘 11번가 할인과 신한카드 할인까지 중복 적용되어 21만 원 싸게 살 수 있었어요. 고민하다가 이사오 실 때 아무것도 안 해드렸어서 결제 버튼을 눌렀습니다.


열차 타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어머님이 기차역까지 태워주셨어요. 차 안에서 어머님이 이번에 와서 살림 마련 많이 해주고 간다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청소기 주문했다고 말씀드렸어요. 아버님이 용돈을 좀 주셨는데 좀 도 보태서 선물했습니다. 매번 명절마다 20만 원씩 부모님께 드렸는데 이번에도 현금을 드리기엔 좀 그렇더라고요. 용돈을 받았는데, 다시 현금을 드린다는 게. 그래서 선물로 대신했습니다.


오늘은 남편 성격 급한 걸 보더니, 제가 아니었으면 못 참았을 거라며, ' 어머님 아들 왜 이렇게 키웠어요!' 했을 거라며 이야기하십니다. 시댁에서도 부모님이 잘 못 챙길만한 것을 저는 잘할 수 있는 걸 해드렸더니 저를 믿어 주시네요. 지난번 이사할 때도 사흘 만에 집보고 계약하게 만들어드린 것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시댁에 가서도 낮잠도 자고, 밥도 잘 얻어먹고 옵니다. 추석 명절에 시댁과 처갓집이 불편해 하기보다 며느리와 사위가 잘할 수 있는 걸 해드리기만 해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시댁에 가도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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