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180 - 삶을 바꾸는 비유에 익숙해지기
공식적인 최초의 마라톤 경기는 1908년 하계 올림픽입니다. 미국인 Johnny Hayes가 2시간 55분 18초의 기록으로 우승합니다. 이후 점차 시간이 단축되었고, 세계 마라톤 세계 기록은 2023년 10월 8일 시카고 마라톤에서 케냐의 켈빈 킴툼 선수 2시간 0분 35초를 달성했습니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운동입니다. 마라톤이란 거리는 동일한 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마라톤을 두고 우리는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비유를 종종 사용합니다. 5km, 10km, 하프 등 요즘은 러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저는 마라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학창 시절 오래 달리기 종목 시험에서 제일 늦게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키도 작았으니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자주 발을 움직여야 했지요. 폐활량도 적었는지 뛰고 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체육 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수학 성적은 100점을 맞아도, 체육 시험은 90점 넘길 수 없었습니다. 수우미양가 중에서 '우' 또는 '미'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성적표를 받으면 항상 속상했었어요.
과거의 저에게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정의해야 했다면, 제 인생은 너무 재미없고, 약 오르는 삶으로 이어졌을지 모르겠네요.
그런 생각이 마흔을 넘기면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최고 마라톤 기록 보유자처럼 2시간 안에 빨리 뛰어야 한다는 생각대신 천천히 걸어서 42.195km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몇 주 전, 지인이 일요일 러닝 모임을 시작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바로 집 앞에서 모이는 거라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달리기를 못합니다. 2월부터 헬스장에 다니면서 '런데이'앱으로 30분 뛰기 연습을 하는 중이긴 한데요. 너무 드문드문 뛰어서 실력이 늘 제자리입니다. 속도도 빨리 달릴 수 없어서 걷다가 뛰다가 하는 정도죠. 오늘 아침엔 마침 눈이 6시 10분쯤 떠졌어요.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일단 한 번 가보자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세수만 하고 체육복을 꺼내 입고 문 밖을 나섰습니다. 횡단보도부터 슬슬 한 번 뛰어봅니다. 몇 주 동안 바빠 헬스장에 안 갔더니 몸이 금세 망가졌네요. 뛰는 게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그곳인가 싶어 근처에 가보니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지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헉, 이번에는 다른 장소에서 모이기로 했다는군요. 공원 중간까지 혼자 걸어갔습니다. 뛰어보기도 하는 데 힘이 들더라고요. 괜히 나왔나 싶습니다.
중간 지점에서 지인과 함께 4명이 더 모였습니다. 팔다리를 풀며 준비운동을 하고 저랑 지인이 제일 뒤에 서서 함께 뛰기 시작했어요. 몇 십 미터 가다가 결국 걸어야 했네요. 괜히 나와서 뛰는 사람들 방해하게 된 것 같아 민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지나면 내리막이라며 내리막부터 다시 뛰어봅니다. 그래도 얼마 못 가서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앞에 가신 네 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지인과 걸었어요. 한 바퀴 걷다가 교회 갈 시간이 된 것 같아 중간에 저는 먼저 빠져나왔습니다. 무리에서 이탈한 지인은 다시 되돌아가면서 지인들과 합류하기로 했고요.
마라톤 거리는 아니지만 공원 2바퀴를 돌면 5km 정도 거리가 나옵니다. 저는 한 바퀴 조금 더 걸었으니 3km 정도 뛰거나 걸은 셈이었죠. 그것밖에 뛰지 않았지만 고관절도 아프고, 허벅지도 욱신거립니다. 엄지발가락 아래 발바닥도 신발이 컸는지 불편해졌습니다. 인생을 풀 마라톤이라고 비유한다면, 저는 인생을 조금씩 끊어서 가보기로 합니다. 가다가 아프면 쉬었다 가고, 빠르게 가지 않고 저만의 속도에 맞춰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선택입니다. 인생에서 행복을 내가 배열하고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쇼핑입니다. 인생에서 다양한 옵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강제입니다. 인생은 혼자힘으로 역부족일 때도 있습니다. 강제의 힘으로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인생은 샘물입니다. 인생은 계속 새로운 일이 생깁니다.
인생은 감시다. 인생은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조차 나를 감시하기도 하고요.
인생은 호기심이다. 인생은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인생은 감정이다. 인생은 이성이 2라면 감정이 8쯤 되는 것 같아요.
인생은 경험이다. 인생은 직접 겪어봐야 진짜 내 거가 됩니다.
이처럼 인생은 다양한 '단어'입니다. 당신이 고르는 인생은 어떤 단어들인가요? 내가 정의한 인생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Write, Share, En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