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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봉안 스노클링과 데빌스티어

휴직하고 세계여행 24

by 하라

렘봉안 바다 속 구경하기


아침을 먹고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머쉬룸베이 해변으로 갔다. 모래를 파고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개를 구경하다가 바다 속에 들어갔다. 그런데 파도가 세고, 배들도 수시로 드나든다. 여기서 스노클링을 하는 건 무리다싶다. 다시 해변으로 나와 망연해하고 있는데 투어 배 가진 아저씨들이 몰려온다. 한 아저씨는 스팟 2군데 3시간 오십만 루피아(약 4만 5천원)을 불렀고, 한 아저씨는 같은 조건에 스팟 3군데를 불렀다. 일단 왓츠엡 번호를 받고 고민하고 있는데 오늘 바로 투어하면 사십만까지 해준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둘만 가는 프라이빗 투어. 나쁘지 않은 조건인데? 한 사람 당 만팔천 원 정도에 프라이빗 스노클링 투어라니! 스팟마다 우리 원하는 만큼 놀다 나올 수 있는거다. 딜!

캡틴 뇨만을 믿고 그의 배에 탔다. 해변에서 해본 적은 있지만 스노클링 투어는 필리핀 보홀 이후 처음이다. 작고 긴 배는 섬을 끼고 오른쪽으로 달린다. 바닷바람이 뜨거운 햇살 사이로 느껴진다. 이윽고 도착한 첫번째 포인트. 풍덩! 바다로 뛰어든다. 색색의 산호와 그 위를 유영하는 물고기들. 떼지어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들은 마치 벚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다. 바다 속 세상은 오래 구경해도 질리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에 잠시 끼어들어 그저 평화롭게 바라본다.

두번째, 세번째 포인트는 더 아름다웠다. 수심이 꽤 깊었는데 물이 어찌나 맑은지 투명하게 바닥까지 보였다. 각양각색의 물고기들, 크기나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어째서 열대어는 이토록 예쁜 색을 지녔는지 찾아보니,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번식 전략’이자 천적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한다. 번식과 생존. 생명체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그것을 따라 진화한 결과가 인간의 눈에는 그저 아름답게 보인다. 인간 세상의 악다구니도 한차원 높은 곳에서 조망하면 아름답게 보이려나. 지금의 여행이 때로는 고생스럽더라도 훗날 돌이켜본다면 무척 아름답게 기억될 거라는 건 분명하다.


악마의 통곡을 보아라


숙소에서 스쿠터를 빌려 타고 렘봉안의 명소인 ‘데빌스티어’에 갔다. 악마의 눈물이라니 입장료도 있는데 얼마나 대단하려나.

가까이 다가가니 쉴새없이 집채만한 파도가 미친듯 몰려와 절벽을 때리고 수십미터 공중으로 솟구친다. 거센 해류가 독특한 지형을 만나 위로 솟아오르는 극적인 장면-워터 블로우를 보여주는 장소다. 파도가 육지를 때릴때마다 쿵하는 소리와 진동까지 느껴질 정도다. 백여미터 되는 절벽에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거센 파도가 친다. 우린 기이한 자연 현상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여긴 정말 엄청나다.

인간이 세상에 없었던 시절부터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이렇게 육지를 깎아왔겠지. 고집스런 장인처럼 대륙을 조각하는 파도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사진과 영상을 연거푸 찍었지만 부족했다. 눈에 보이는 주변시야까지 180도로 거대한 파도, 아니 바다 전체가 들이치고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대지를 진동시킨다. 이건 꼭 그 자리에 서서 경험해봐야만 느낄 수 있는 전율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우리는 다른 관광객들이 모였다 사라지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 서서 계속 바다를 바라봤다. 악마의 눈물은 너무 소박한 명명이다. 이건 악마의 통곡, 오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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