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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사 렘봉안을 아시나요?

휴직하고 세계여행 23

by 하라


누사 렘봉안은 발리에서 스피드보트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섬이다. ‘누사’는 섬이라는 뜻이다. 누사 페니다 바로 옆에 있는데 커다란 페니다에 비하면 정말 작다. 아래에는 누사 체닝간이 있다. 체낭간 섬과는 옐로우 브릿지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인다. 노란 다리는 오토바이 두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작은 철교인데 사람과 오토바이가 뒤섞여 다닌다. 철골 사이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아찔한 다리다.


길리 섬이 ‘롬복’ 문화권이었다면 렘봉안은 ‘발리’ 문화권이다. 다시 차낭사리가 보이고, 먹색 사원이 반긴다. 길리는 섬 전체가 가파도처럼 편평해 평지로 다니기 수월한 반면, 렘봉안과 체닝간, 페니다 섬은 산지가 많아 지형이 험하다. 길리와 달리 오토바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발리 섬에 비하면 양반이다. 경적소리도 나지 않고, 길이 좁고 험해 오토바이도 속력을 내지 않는다. 렘봉안 인구는 3천여 명, 관광업 뿐 아니라 어업도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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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도 너무 좋았지만 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인 마냥 관광이 너무 활성화된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좀 덜하다. 물가도 길리보다는 싸다. 아직 한국에는 많이 안 알려진 여행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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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머쉬룸베이 비치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여행을 계획하며 지도를 몇번씩이나 봤지만 지도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관광객이 꽤 있어 ATM기나, 슈퍼마켓도 많고, 식당과 바도 몇개 있어 가장 번화한 곳이긴 한데 그렇다해도 시골이다. 6월의 해는 일찍 진다. 6시 반 정도 되면 여명도 사라져 캄캄해지고, 가로등 하나 없는 마을에는 별이 빛난다. 바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리지만 이마저도 10시쯤이면 다 끝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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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행객보다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단위나 노부부가 많은 것 같다. 가까운 호주 관광객이 많다. 우리 숙소는 정원이 예뻤고, 야외에 식당이 있었다. 조식을 먹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백인 가족이 옆 테이블에 앉았다. 휴가를 즐기러 왔나보다. 지구 어디에선가 열심히 살다가 이곳에 모였다. 모두 낙원 같은 섬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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