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큰 마당이 있었다.
마당은 태어나서 처음 만난 나만의 놀이터였다.
흙먼지 속에서 아장아장 첫걸음을 걸으며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세상의 아픔을 처음 알았고
마당에서 홀로 모래 장난을 하면서
흙 내음과 씁쓸한 흙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바퀴 달린 말 장난감을 타고
마당 한 바퀴를 싱싱 돌아다닐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 마당 한 구석에 내가 즐겨 찾는 곳이 있었다.
바로 다섯 마리의 닭들이 모여 있는 작은 닭장.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닭장으로 직행해서
살포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아침에 낳은 따뜻한 계란을 들고 나오는 것.
매일 아침 어린 나의 첫 번째 일과였다.
암탉들은 그런 내가 무서웠는지 항상 나를 피했다고 어머니는 말씀해 주셨다.
사실 아버지는 마을 앞에 있는
작은 양계장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계란을 수거하고, 그것들을 고르고, 때로는 부화까지
양계장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하시는 일꾼이셨다.
덕분에 우리 집에서 작은 병아리부터 큰 닭들까지 키울 수 있었고 그 녀석들은 어린 시절 나와 함께한 내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가끔씩 아버지를 따라서 양계장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처음으로 날 계란 먹는 법을 알려주셨다. 어릴 때부터 신선한 계란을 많이 먹어서 그럴까? 덕분에 내 목소리도 근사하게 바뀐 것이 아닌가라는 나만의 착각. 가끔 웃음이 나온다
부지런한 아버지는 양계장뿐만 아니라 농사도 지으셨다.
양계장 근처에 작은 텃밭을 얻어서 밭농사를 했다.
텃밭 근처에는 작은 원두막이 있었다.
원두막에 오르면 저 멀리 시냇물과 들판이 보이고,
바로 앞에는 작은 기찻길이 지나갔다.
한 편의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우리 가족은 날씨가 좋은 여름날.
원두막에 올라서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
모기장을 치고 선선한 바람과 느끼며
잠을 청하던 어릴 적 기억.
하늘에는 별이 보이고,
풀벌레 소리와 어머니의 자장가.
아직도 흐릿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행복한 추억들이다.
가끔씩은 원두막 앞으로 기차가 지나갔다.
칙칙폭폭 증기기관차는 아니었지만
2~3칸짜리 꼬마 기차나
1칸짜리 철도수리용 기차,
때로는 긴 화물을 20여 칸 달고 지나가는 검은 화물 열차까지 원두막 앞을 지나갔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무서워서 잠에서 깨어났지만
금방 기차 소리가 자장가처럼 익숙해졌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기차소리.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한 어린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