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_④ 가깝고도 먼 미디어
R&D의 미디어 활용법
EP4. 홍보실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한가롭게 동료와 커피 한 잔을 마시려니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번호가 본사 번호인데, 어디지'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보실 박 차장이야, 잘 지냈어?"
본사 홍보실이었다. "네. 저야 항상 열심히 지내고 있습니다. 차장님은 어떠세요?", "나야 뭐 똑같지. 다름이 아니고, 지금 메일 하나 보냈는데 확인 좀 부탁해", "네? 무슨 메일이요? "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00 일보 000 기자가 본부장님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발표자료로 고생했는데, 끝나자마자 언론 인터뷰 요청이다.
"사장님께서 하신다고 하셨나요? 일정 조율이 된 건가요?", 박 차장은 "000기자가 직접 연락해서 금요일에 하기로 허락을 받았다고 하네. 간단한 진행 내용하고 인터뷰 질의는 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봐" 홍보실과의 통화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자리에 돌아와서 메일을 열어, 홍보실에서 보낸 내용을 확인했다. 첨부파일에는 기자가 보낸 질의서가 있었다. 10개의 질문, 그리고 어느 하나 만만한 질문이 없었다. 모두가 대답하기 어렵고 애매한 질문들. 기술 전략은 기본이고 인력과 인사에 대한 예민한 질문들이 가득했다.
'아, 이런 질문은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마음 한편이 답답해졌다. 내부적인 진행 상황을 확인해 보기 위해 곧바로 본부장님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언론 인터뷰요. 사장님께서는 허락은 하셨는데, 금요일에 갑자기 일정이 생기셔서 실제 대면 인터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서면으로 진행하면 될까요?", "사장님이 지금 계시니까, 바로 어찌할지 확인해 볼게요." 잠시 후 비서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다.
"사장님께서 서면으로 대응하라고 하십니다 " 곧장 홍보실 박 차장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고, 박 차장은 000 기자에게 연락하여 서면 인터뷰 진행을 확정했다. 외부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신 팀장님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터뷰 대응 방안을 고민했다.
Tip 1. CTO는 결코 한가하지 않다.
경영자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홍보라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예민한 정보가 공개되거나 회사 내부에서 '밖으로 돈다'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CTO(기술 최고경영자)는 기술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 CTO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메시지는 핵심 기술이나 고급 기업 정보로, 조금만 방심하면 기자에게 공개되지 말아야 할 부적절한 내용들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노출은 적절한 시기, 전략적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한정하면 좋다. 예를 들어 신제품 출시, 또는 비전 공개 발표 등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언론에 나오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디어에서는 특종을 위해 CTO와의 인터뷰를 원하지만, 가급적이면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설령 경영층 지인의 요청이나 힘 있는 언론사의 적극적인 섭외로 인해 경영층이 직접 미디어 대응을 지시하더라도 실무자는 가능한 보수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인터뷰는 대면보다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새로운 콘텐츠보다는 기존에 노출된 자료를 활용해 언론에 전달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 의미 있는 정보는 기업이 주관하는 특별 행사에서 공개하는 것이 최고의 홍보 효과를 갖는다.
Tip 2. 답변하기 곤란하면 질문을 지워라.
기자들의 서면 인터뷰를 받아보면 질문이 상당히 까다롭고, 답변하기도 쉽지 않다. 하나하나 정답을 달기에는 실무자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럴 경우 과감히 질문을 고치거나 없애면 된다. 예민한 부분은 질문을 살짝 바꿔 답변하기 편하게 정리하고, 실제로 답변하기 어렵거나 까다로운 질문은 과감하게 빼야 한다. 인터뷰 답변은 논술 시험이 아니다. 리스크가 있는 질문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답변을 정리한 후에는 꼭 현업 부서의 의견을 직접 들어야 한다. 경영층의 지시가 없더라도 작성한 답변이 정확한지, 또는 문제가 없는지 현업 부문에 크로스 체크한 후에 홍보실이나 언론사에 보내야 한다. 시간이 조급하다고 기자가 재촉을 하더라도, 기사가 연기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현업 체크는 필수다.
Tip 3. 주도권을 가져라.
경영층이 필히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든 결정은 담당자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언론사나 기자에 끌어 다녀서는 안 된다. 장소와 시각, 일정, 그리고 인터뷰 질문 내용까지 무리한 결정은 최소화하고 경영층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경영층의 실수도 줄이고 편안하게 인터뷰 내용 조율이 가능하다.
그리고 연구소 취재 장점도 활용해라.
메시지에만 집중하지 말고, 실제 홍보가 가능한 기술 전시물이나 제품들도 함께 보여줘라. 기자들의 취재 만족도는 물론, 추가적인 방송이나 신문 지면에 노출도 가능하다.
Tip 4. 홍보실을 최대한 활용해라.
모든 미디어 인터뷰에는 홍보실 담당자가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엉뚱한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고, 추후에 기사에 대한 정정도 쉬워진다. 홍보실은 매체 담당자들이 기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기사를 받아서 확인도 가능하다. 홍보실에서는 광고비와 협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언론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R&D의 모든 인터뷰이들은 직접적으로 언론 매체와 접촉하지 말고 홍보실을 통해 소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Tip 5. 가끔씩은 말보다 사진이 중요하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이나 말보다 이미지가 중요할 때가 있다. 콘셉트 제품이나 새로운 신기술이 그것이다. 아무리 말로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기자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어려운 기술을 엔지니어의 언어로 설명한다면 대부분의 기자들이 100%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기술 홍보를 담당자들은 기술에 대한 다양한 사진이나 이미지를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 좋다. 인터뷰 도중,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참고 이미지를 보여줄 수도 있고, 신문 지면이나 방송에 실릴 때 참고 자료나 영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