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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22. 2022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올레6길

올레 6코스, 쇠소깍, 구두미포구, 정방폭포, 이중섭거리, 올레시장

어제 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늘은 산뜻한 가을 하늘이 다시 찾아왔다. 낮 기온이 오늘은 20도가 훌쩍 넘어갈 정도로 따뜻한 날씨. 화창한 제주의 가을을 즐기기 위해 우리 가족은 서귀포로 향했다. 오늘 서귀포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따뜻한 초가을 기온이었다. 아이와 함께 올레길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날였다. 우리가 계획한 코스는 올레길 중에서 가성비 최고 코스인 6번 올레길.  거리도 그리 길지 않고, 주요 관광지들 거치기에 크게 어려운 코스 거의 없었다. 일부 구간은 휠체어 이동도 가능한 정도로 수월한 코스다. 올레 6코스는 거리가 11km 정도이기에 3~4시간 정도면 가족들이 함께 충분히 완주할 것 같아 보였다. 우선은 출발지인 쇠소깍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1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올레 6길 걷기를 시작했다.

올레6코스 시작점과 효돈천

쇠소깍 다리에서 출발점 사진을 찍고, 효돈천을 걸어서 바다와 맞닿는 부분에 위치한 쇠소깍 입구로 향했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 옛 이름인 쇠둔의 쇠(소를 의미)와 연못을 뜻하는 소, 그리고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을 부르는 제주방언 깍이 합쳐진 말이다. 즉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생겨난 큰 연못을 의미하는데, 전설에 이곳에 용이 살았다고 하여 용연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깊은 수심과 기암괴석, 그리고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지면서 풍광이 좋아서 많은 이들에게 카누를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우리도 시간이 좀 있으면 카누를 타보고 싶었지만 해지기 전에 올레 6길 완주를 하기 위해서는 체험을 다음으로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쇠소깍

쇠소깍을 지나면서 바로 옆에 하효검은모래 해변이 펼쳐지고 있었고, 올레길은 그 검은 해안선을 따라서 계속 이어졌다. 조금 더 걸으니 언덕 초입에 과거 소금을 생산하던 장소인 소금막이라는 표시에 있었다. 이때부터는 차가 다니는 좁은 해안도로를 올레길로 이용하고 있었다. 해안도로를 지나가는  차량  몇 대를 피해 조심조심 차도를 걷다 보니 생이돌이라고 불리는 어머니와 아들의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먼바다에 고기 잡으러 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모자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장소였다. 아이와 함께 잠시 바다로 나가 경치를 구경하며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검은해수욕장과 소금막, 생이돌

이곳에서부터는 올레 6코스의 탁 트인 바다 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바닷가의 예쁜 길을 걸어가면 저 멀리 섬 하나가 우리 시선을 끌었다. 무인도처럼 보이는 섶섬이었다. 우리는 그 섶섬을 바라보며 서귀포 방향으로 앞으로 앞으로 길을 걸어 나아갔다. 가는 길에이국적이고 분위기 좋은 카페들 있고, 그 카페 앞의 그네에 앉아서 잠시 앉아서 사진 남기기도 했다. 조금 더 걸으면 6코스의 유일한 오름인 제지기 오름을 만날 수 있었다. 오름 중턱의 굴에 사찰이 있었는데, 그곳에 절을 지키는 사람, 즉 '절지기'가 있어서 절지기 오름으로 불리다가 이 이름살짝 와전되면서  `제재기 오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섶섬과 제지기오름

우리는 제재기 오름을 지나서 코스 중간 도착지인 구두미 포구로 향했다. 약 2.6km 정도의 거리를 걸으며 조용한 어촌 마을과 작은 오솔길 등을 만났다. 이 구간에서 우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바다에 있는 섶섬의 크기였다. 올레 시작할 때는 작은 점이었는데. 걸을수록  가까운 위치에서 섶섬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섶섬이 바로 눈 앞이면 비로소 구두미 포구를 도착한 것이었다. 거북이의 머리와 꼬리를 닮았다고 하 구두미라는 부른다고 했다. 이 시점이 대략 구두미 포구는 올레 6코스의 중간이 되는 지점으로 5.3km 정도가 되고, 남은 거리는 5.7km 정도였다. 길가에는 어묵이나 간식, 커피등을 파는 이동식 식당 차량이 몇 대 보였 올레를 걷는 이들이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쉼터로 보였다.

섶섬과 구두미

포장된 차도가 끝나고 바닷가 오솔길로 들어가면서 마치 비밀의 숲 같은 사진 포인트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사진 노출을 위한 광량이 좋아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예쁜 사진 몇 장을 남길 수 있었다.  전망대를 지나서 바닷가의 작은 오솔길은 6번 올레 코스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쁜 길처럼 보였다. 길도 예뻤고, 주위 바다 풍경도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올레 6길 오솔길

이 분위기 있는 길을 조금 더 걸으니 소천지라는 지형이 나타났다. 소천지는 백두산의 천지를 축소해 놓은 모습과 비슷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곳에 투영된 한라산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니 천지와 비슷한 느낌이 살포시 들다.

소천지

이 해변의 오솔길 끝나면 검은여 해안 길이 다시  이어진다. 검은여 해안에는 국궁 연습하는 곳 있었, 조금 더 걸으면 무지개 색깔로 꾸며진 예쁜 해안도로 만날 수 있었다. 해안 끝부분의 해녀의 집을 지나면 깔끔하게 정리된 칼 호텔 산책로를 만날 수 있었다. 올레길을 위해서 호텔의 산책로를 개방해 놓은 듯했다. 예쁘게 단장된 정원 호텔의 카페까지 이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을 근사하게 바다를 보며 마시고 싶었지만, 부담스럽게 고급스러워보이는 호텔 카페라서 살짝 생략하기로 했다. 카페를 지나서 잠시 후에 소정방 폭포 다리를 지났다. 이어진 오르막길을 걸으니 소라의 성이라는 특이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었다. 제주 소라의 성은 폭포와 파도가 만나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건축물로, 여기의 설계자는 미상이라고 전해진다고 했다.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휴관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소라의 성 앞에는 올레 스탬프가 있었고, 여기부터 서귀포의 작가의 길이 이어졌다.

검은여 해안과 칼호텔 산책로
소라의 성과 작가의 산책길

조금 더 걸으니 서귀포 대표 관광지인 정방폭포 주차장이 나왔다. 정방폭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폭포가 아닐까 생각한다. 높이가 23m이고 폭도 8m나 된다. 하늘에서 하얀 비단을 드리운 것과 같다 하여 정방하폭이라고도 불린다. 정방폭포의 장엄한 물줄기를 느끼기 위해서 우리 가족 3인은 잠시 올레길에서 궤도 이탈을 했다. 그리고 정방 폭포로 내려가서 폭포의 물방울을 직접 체험했다. 아이가 내 손을 잡고 앞으로 앞으로 하는 바람에 폭포 최근방까지 접근하여 살짝 물줄기를 느끼며 인생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돌아왔다. 그 자리에서 폭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정방폭포

정방폭포 구경을 마치고 다시 올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정방폭포를 지나서 서복 불로초 공원과 전시관을 지났다. 내용을 보니 진시황의 사자인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정방폭포 해안에 도착했고, 돌아가면서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라고 새겨놓았는데, 그게 서귀포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유로 서복공원과 전시관은 건물의 양식이 중국 스타일으로 지어진 듯했다. 그날도 중국계 외국인 관광객 십여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서복 전시관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서귀포 도심을 지나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약 2km. 도시라서  크게 부담이 없었다. 서귀포초등학교와 제주의 방어 유적지 서귀진지를 지나서 이중섭 거리로 향했다. 이중섭 거리는 서귀포의 대표적인 문화거리로, 이중섭이 1년 동안 머물렀던 초가집과 미술관이 있었다. 그리고 미술 기념품 가게들과 수공예품점 등이 즐비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인근 초등학생 학생들의 미술작품을 길가에 전시해 놓았는데,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미술작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중섭 거리 가는 길

 이중섭 거리를  400m 정도 걸으니 서귀포 제1의 시장인 매일올레시장이 나왔다. 시장에 들러서 신선한 회나 먹을거리를 고 싶었지만, 아이가 너무 지쳐있었기에 아쉽게도 오늘은 장보기 생략하기로 했다.  우리는 마지막 종착점인 제주 올레 여행자센터로 아이 손을 잡고 마지막 발걸음을 옮겼다.

올레시장과 제주올레여행자센터

그리고 정확히 5시 40분! 쇠소깍 다리를 건넌 지 정확시 4시간 10분 만에 올레 6코스 11km 완주에 성공했다.

바다에서 폭포, 그리고 서귀포 도시로 이어진 올레 6코스. 색다른 체험이었다. 가족과 함께 만든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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