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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기자 Aug 27. 2021

스팩, 주가가 오르면 오히려 좋지 않다? 스팩의 역설


주가가 오르면 오히려 좋지 않은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스팩이죠. 올해 들어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한 스팩이 여럿 있었는데요, 이번 시간엔 스팩 주가가 오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스팩이란 : https://youtu.be/EoMxqHx8VsY


최근 공모주 투자와 함께 스팩 투자도 인기인데요, 스팩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예전 에피소드에서 다뤘었는데요,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다른 기업과 합병을 하기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에요. 페이퍼컴퍼니로 설립된 후에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해서 자금을 모으고, 그 자금으로 아직 상장되지 않은 기업과 합병을 하죠. 합병 후에는 페이퍼컴퍼니 이름이 합병한 기업으로 변경이되고, 합병한 기업은 소멸되죠. 


합병한 기업은, 별도로 주식 상장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서도 상장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고, 투자자들은 합병으로 인해 주가 상승을 기대하죠. 


스팩 주가 급등 현황


최근 들어 스팩 주가가 많이 급등했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스팩이라고 하면, 아직 어떠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페이퍼 컴퍼니인데요, 아직 다른 기업과 합병을 하지 못한 상태고요. 그러면 사실 주가가 급등할 이유가 없는데, 주가가 상승했으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어떤 스팩들이 주가가 올랐는지 한번 살펴볼게요. 스팩은 보통 공모가가 2000원이에요. 

상장된 지 3년 이내, 아직 합병되지 않은 스팩 종목들을 살펴봤는데요, 2000원 이하로 떨어진 종목들은 없었어요. 공모가 대비 10% 이상 상승한 건 기본이고 20%, 30% 이상 상승한 종목도 여럿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한화플러스제2호스팩, 삼성머스트스팩5호, 삼성스팩4호는 8월 16일 기준으로 공모가대비 두배 이상 상승한 상태죠. 그리고 합병 발표가 난 스팩들은 이미 큰 폭으로 상승을 했죠.



아직 합병이 결정되지 않은 스팩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고 특별한 경영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임에도 이렇게 상승한다는 건 다소 의아한 일입니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언제 합병할지는 모르지만, 합병한다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경험을 여러차례 했고, 또 만약 합병하지 못했더라도 공모자금인 2000원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팩 공모주 청약에만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투자라고 판단하고 이렇게 투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모주 청약의 경우 1주당 투자금 2000원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상장된 이후에 투자를 하는건 다소 리스크가 따르긴 합니다. 또 스팩이 다른 기업과 합병 결정이 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아니라면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도 있긴 하죠. 


주가 급등하면 안 좋은 이유-합병 취소


어떤 기업이든 주가가 오르면, 기업도 좋고 투자자도 모두 좋죠. 하지만 스팩주는 약간 다릅니다. 스팩주가 상승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차익실현을 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주가가 너무 오르면 합병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스팩 주가가 오르면 왜 합병이 취소되나면요, 
우선 기업이 합병할 때는 양사의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양사 주주들에게 합병한 후 존속하는 기업의 주식을 나눠주게 되요. 

만약 A 기업이 B 기업을 흡수 합병하기로 했는데, 두 회사 모두 시가총액이 100억원씩 동일하다면, 합병 비율은 1대1이 됩니다. 이때 B기업 주주들은 B기업 주식 1주당 합병 후의 A기업 주식 1주를 받게 되죠. 

하지만 A기업의 시가총액이 200억원이고 B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억원이면, 합병비율은 1대0.5가 됩니다. 이때 B기업 주주들은 B기업 주식 2주당 합병 후의 A기업 주식 1주를 받게 됩니다. 

합병비율은 시가총액으로만 정하는 것은 아니고,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등으로도 결정이 됩니다. 보통 주가의 흐름에 따라 결정이 되고 스팩의 경우에는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지죠.

그래서 스팩의 주가가 오르면 스팩의 시가총액도 높아지게 되고, 그러면 합병하기로 한 기업의 주주들이 받게 되는 스팩 주식 수, 지분율이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합병하기로 한 기업의 주식 1주당 스팩 주식 1주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합병을 추진했는데, 시가총액이 예상보다 높아서 합병하기로 한 기업 주식 1주당 스팩 주식 0.5주를 받게 된다면, 합병 대상 기업의 주주는 합병할 요인이 많이 사라지게 됩니다. 합병 대상 기업의 주주들이 받는 주식이 줄어들면, 지분율도 줄어들게 되서, 기업 경영권에도 리스크가 생길 수가 있죠. 이러한 상황이 되면 합병에 실패할 수 있게 되죠. 



이를 스팩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또 스팩의 주가가 너무 오르게 되면,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합병 대상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높은 스팩과 합병을 하면 지분율이 줄어들 수 있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가가 너무 올라 시가총액이 높은 스팩들은 합병 대상 기업과 합병 협상력에서 우위를 갖기 어렵습니다. 즉 성장가능성이 높은 좋은 기업보다는 부실한 기업과 합병하게 될 수도 있겠죠.

이는 메리츠증권의 박범진 연구원님이 리포트 ‘스팩의 역설:주가상승은 악재'을 통해서도 지적했죠. 
“주가가 먼저 상승한 SPAC은 M&A 대상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낮아지는 셈이다. 대상기업들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지게 되면 부실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며, 대상기업들의 가치가 고평가될 유인이 높아진다.”라고 했어요.


상장폐지 될 수도


이렇게 만약에 스팩이 합병을 하지 못하게 되면 상장폐지 될 수도 있습니다. 스팩은 다른 기업과 합병을 성공할 때까지 계속 합병 기업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무제한으로 주어지지 않아요.. 스팩은 페이퍼컴퍼니로 일종의 기업이지만, 존속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죠. 상장일로부터 36개월, 즉 3년이죠. 

만약 상장한 후에 30개월 이내, 즉 2년 6개월 이내에 합병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또 한달 후에 합병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기준이 되죠.

결국, 합병할 좋은 기업을 찾았어도, 스팩 주가가 너무 높아 합병 결정이 취소가 된다면, 그리고 상장한 후 3년이 지나버리면, 스팩은 상장폐지가 되는 거죠.

실제로 스팩이 상장폐지되는 경우도 꽤 있어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코스닥 시장에 총 203개의 스팩이 상장했어요. 이 중 현재 상장 중인 58개사를 제외한 145개사 중에서, 100개사는 합병에 성공했고, 45개사는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고 상장폐지 됐어요.

만약 스팩이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공모주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지는 않습니다. 스팩은 상장폐지되고 해산될 때 투자자에게 공모가 2000원과 일정비율의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스팩이 상장된 후 공모가 이상으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이죠. 만약 4000원에 스팩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스팩을 주식시장에서 매수할 때는 항상 이 점을 주의해야 하죠.

이렇게 스팩 투자가 무조건 안정적인 투자는 아니죠. 스팩 투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공모에 참여하시는 건 좋을 것 같아요. 공모 이후에도 2000원 내외에서 주가가 너무 오르지 않았다면 투자를 해봐도 좋겠지만, 이보다 너무 오른 스팩인 경우에는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오늘도 들어주셔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튜브로 보러가기 : https://youtu.be/IL9a512C1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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