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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지순 Jan 24. 2018

'3초 면접'의 숨은 의미

서로의 선택

엔터테인먼트 ( entertainment ) 기업은 채용이 무척이나 까다롭다. 문화. 예술 분야여서 그런지 인재를 채용할 때 '감'(feeling)을 중시한다. 어느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후보자 면접을 진행할 때,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순간에 결판이 난다고 해서 '3초 면접'으로 회자된 곳도 있다.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그 빠른 순간에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 외모적인 측면이라면 남자가 여자를 판단할 때 1 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인재를 외모만 보고 뽑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헤드헌터들이 주로 예측하는 해석은 '코드(code)'이다. '코드가 맞지 않는다'를 한국적 정서로 해석하면 '서로 기질이 맞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다. 왠지 모르게 이 사람과 일하면 불편할 것이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해당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전적으로 감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채용 결정요인으로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다. 아무리 해당 업무에 역량이 뛰어나도 지원한 기업에 대한 애정과 주요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부서에서 겉돌기 마련이다. 모 전략 컨설팅 기업에 근무했던 컨설턴트는 단순히 '힙합(Hip Hop)'이 좋아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지원했고 기존에 받던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입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경영주 입장에서 위와 같은 지원자를 안 뽑을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쌓이면 해당 기업의 채용담당자와 채용 결정권자에게 '감'과 '열정'은 해당 기업의 채용 기준으로 자리매김된다. 나중에는 우리 회사를 좋아하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연봉을 낮춰서라도 입사하고 모두들 입사를 못해서 안달이 날 것이라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건 겉으로 보이는 채용기준이 다를 수는 있어도 정작 채용을 좌우하는 요인은 하나다. 즉 '열정 있는 전문가'이다. 그러면 '열정 있는 전문가'를 어떤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전략 컨설턴트의 예도 하나가 될 수 있지만 필자가 만난 M 팀장의 사례를 통해 해당 화두를 풀어보겠다. M 팀장은 필자의 추천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추진하는 모 사업부의 팀장직에 지원했고, 나름 해당 기업에서 원하던 기업의 경력자여서 면접의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후보자를 보는 눈높이가 하늘을 찌르던 해당 기업에서는 좀 더 스펙이 좋고, 외국물이 물씬 풍기는 후보자들을 선호해서 1 차 면접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문제는 선호하던 후보자들 중에서 합격자가 없다는 것이다. 채용담당자는 좀 더 스펙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했고, 필자는 전에 떨어진 M 팀장 이상의 전문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몇 주가 흘렀다. 채용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에 봤던 M 팀장이 다시 지원할 의사가 있다면 대표이사님 면접을 보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M 팀장을 설득해서 재진행을 하게 되었고 결과는 역시 합격이었다. M 팀장은 해당 분야에서 일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업무와 관련이 있는 아이템이나 장소는 관심 있게 조사하는 소위 '열정 있는 전문가'였다. 


결국 '3초 면접'의 3 초의 진실은 채용 결정권자가 합격자를 감성적인 측면에서 선택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지원자의 말과 행동에서 배어나오는 업력과 열정을 판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을 갖게 하는 점은 왜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았냐라는 부분인데 그것은 대표이사의 인재에 대한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세상에 역량 있는 인재들은 많다. 하지만 기업에 맞는 역량 있는 인재는 결국 서로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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