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록 젠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살 May 28. 2020

개미에게 준 선물

우리 집 테라스에서 쏟아진 물벼락. 바닥에 파인 홈을 따라 줄을 넘는 내게까지 왔다. 흐르고 싶은 대로 흐르던 물은 흑과 백으로 나뉘어 작은 지도를 형성했다. 그 안에 갇힌 개미 한 마리. 오갈 데 없이 계속 이리저리 머뭇거린다.


한 곡이 끝나고 두 곡이 끝나도 빠져나갈 줄을 모른다. 조금만 더 가면 마른 육지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개미는 잠깐 발만 담그곤 다시 주저하기를 반복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겠지. 조금만 더 가면 원하던 걸 마주할지도 모르는데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리니까.


지켜보다 못안쓰러워 나뭇잎을 가져다 올라타라고 신호를 줬다. 손에 들 나뭇잎도 제 적으로 보이는지 나를 모른 체하는 개미. '그래 거인인 내가 없는 게 낫겠다' 싶어 나뭇잎만 가지런히 놓자 개미는 그걸 구름다리 삼아 지옥으로부터 빠져나온다.


빠져나가지 못했어도 끝까지 포기하진 않았던 개미. 뵈지도 않는 발을 이리저리 굴려 살고자 노력하던 그 개미에게 내가 줬던 작은 선물.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을 일으키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