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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링크 Jan 06. 2017

틀린문제의 심리학 14.맥락을 살피지 않는다면

영어: 여러 뜻을 가진 단어가 포함된 문장이 있는데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다 말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나중에 보니 그 지문을 끝까지 읽어보면 그 문장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수학 : N=10(50제곱) +10(49제곱)…+10+1을 9로 나눈 나머지를 구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라서           손을 대지 못했다. 나중에보니 나머지 정리 식를이용하는 것이었다.


영어에서 문장을 순차적으로 해석해 가고 있었는데, 초반에 나온 문장에서 어떤 단어의 여러 의미 중 무엇을 택해서 해석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지문해석을 포기했는데,나중에 해석 못한 문장을 제외하고 지문을 끝까지 읽어보니 어떤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지 알 수 있었다.  수학에서는나머지 정리 단원에서 문제를 푸는데, 다른 문제들은 문자가 포함된 식이 포함된 반면 이 문제는 숫자만 나와있는 데다  숫자가 너무 커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풀이를 보니. 바로 앞에서 풀었던 방식으로 문자가 포함된 식을 수립한 후 수치를 대입해서 푸는 것이었다.


위의 경우는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즉, 그 단어 또는 문제가 속해 있는 판을 읽지 않은 것이다.


주변 환경/상황에 따라 어떤 대상에 대한 인식이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맥락효과(context effect)라고 한다. 이는 인지심리학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적용된다. 아래 왼쪽 그림을 보면 중앙에 위치한 문자가 가로의 맥락에서 볼 때는 'B'로 인식되고 세로 맥락에서 보면 숫자 '13'으로 인식된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가운데 있는 세개 원이 실제로는 같은 크기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원의 크기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행동이나 말은 그것을 둘러싼 맥락이 무엇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고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상설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하는 수행과제가 있다고 하자. 수학시간에 낸 과제라면  전통산학과 서양수학을 접목한 업적에 초점을 맞추고, 역사시간에 낸 과제라면  독립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리더십캠프에서 낸 과제라면 그가 사람들을 이끌었던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어떤 수업에서의 과제인가 하는 맥락에 대한 고려가 없이 단순히 연도순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만 기술한다면, 멋진 디자인과 많은 분량의 문서를 작성해도 점수를 잘 받을 수 없다.

맥락에 대한 고려는 직장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상사가 무언가를 지시했을 때, 그것이 어디에 활용될 것인지, 그것의 전후에는 어떤 과정이 있는지, 그것이 속해 있는 전체는 무엇인지 등의 맥락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한 일이 쓸모 없게 되거나, 당연히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해서 미처 말하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고 핀잔을 들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친한 사람이 이 전에 (내가 생각하기엔) 사소한 어떤 것을 해 달라고 하거나 싫으니까 하지 말아달라고 하면서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한 적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한 동안 시간이 흐른 후 깜빡하고 또 해달라고 했던 것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 여러 번 했다고하자. 나는 사소한 실수하고 생각해서 웃어 넘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이전보다 더 화를 내거나 서운해한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일을 쓰레기 버리는 것, 머리 빗는 것, 문 닫는 것 등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들 가운데 하나로 보기 때문에 별스럽지 않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 일을 ‘간단히 할 수 있는데도, 여러 번  말했는 데도, 내가 그것 때문에 감정이 상했었는 데도 신경을 쓰지 않은 일’이라는 맥락에서 본다. 그 결과 존중 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되어, 이 정도의 존중도 하지 않은 상대에게 화가 나고  이 정도의 존중도 받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서운한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현상을 개별적으로만 보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맥락을 읽는 것은 그 현상의 의미 또는 요구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공부할 때도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 문제의 맥락, 즉 그 문제가 속해 있는 전체(단원, 지문 등)가 무엇인지. 왜 이 문제나 문장이 이 위치에 있는지, 그 단원이나 지문의 핵심은 무엇인지, 그 문제나 문장의 전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맥락을 고려해야 비로소 그 문제나 문장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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