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동화
“저번 약이랑 같은 거야. 3일 치.”
메이는 무심하게 약봉투를 건넨다.
”넵...”
은수는 다른 약국과 달리 참 약이 잘 듣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선글라스 너머로 느껴지는 메이의 서늘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손님을 돌려보낸 메이는 문고리를 돌려 조제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어두운 보랏빛 벽지와 벽지 따라 놓인 기다란 원목 테이블을 지나, 둥글레 뿌리에 묻은 흙을 조심스레 털고 있는 작은 솔 앞에 멈춘다.
메이는 둥글레 뿌리를 집어 바라본다.
200년.
해진이 생을 마감하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은 해진이 떠난지 딱 201년이 된 날이다. 문득 해진과 같이 눕곤 했던 침대를 바라보며 메이는 그를 떠올린다.
“여기선 둥글레가 위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는데 서양은 어떤 약재를 쓰나요?”
푹신한 침대에 기대어 앉은 해진이 메이의 어깨에 기대어 동의보감 서책을 뒤적거린다.
“서양 어느 나라를 알고싶어? 불란서? 화란?”
메이는 살짝 올라간 눈으로 해진을 부드럽게 바라본다.
메이는 뜨거워지는 눈동자를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듯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말린 둥글레 뿌리와 레미엘 꽃잎 한 개를 넣고 약재를 만든다.
불란서:지금의 프랑스 화란:지금의 네덜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