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산타할아버지는 선물 들고 찾아온다.
딸아 아빠를 믿으렴.
아침 출근길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마침 멜론에는 좋아하는 Zion-T의 '눈'이 흘러나왔다. 오늘이 다음 주 크리스마스 때면 좋으련만 아쉬웠다.
어제 둘째와 잠시 동네 산책을 했다. 얼마 전부터 크리스마스 카운팅에 돌입했다. 좋아하는 선물 목록을 한가득 풀어놓더니, 혹여나 산타 할아버지가 이사를 가서 못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코로나로 못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걱정을 덜어주는 하얀 거짓말을 지어내느라 땀을 뺐다.
집에 돌아와서 둘째는 첫째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올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음흉한 표정으로 알겠다며 내가 들으라는 듯 갖고 싶은 선물을 크게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면서 꿋꿋이 받아낸다. 심지어 작년에는 선물을 안 준다고 하니 둘째에게 진실을 말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는 본인도 민망한지 마지막이라고 못 박았다. 녀석도 참.
무뚝뚝한 아버지도, 독실한 불교 신자 어머니도 크리스마스 때는 빨간 양말 안에 선물을 넣어 두셨다. 잠도 제대도 자지 못하고 몇 번이고 확인했던 기억이 났다. 부모가 되어 준비하는 시간이 큰 기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잘 새겨들었다가 미리 준비한 후 숨겨 둔다. 전날 아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면 선물을 빨간 양말 속에 넣어두면 끝난다. 다음 날 선물을 발견한 아이들이 방으로 달려오면 함께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만 보이면 된다.
이제 그 기쁨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선물의 유효기간이 끝난 첫째가 언제 발설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내년까지는 양보하고 싶지 않다.
"아빠. 코로나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 못 오면 어쩌지?"
"걱정 마. 마스크 쓰고 오신다고 했어."
"진짜? 다행이다. 그런데, 수염 때문에 마스크는 어떻게 써?"
"...."
내년에는 제발 이런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