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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21. 2022

브런치 작가와의 만남, 저도 해보았습니다.

글이 이어준 마법 같은 인연

브런치에서 종종 작가들의 콜라보를 만난다. 최근엔

브런치 이웃인 진아 작가님은 함께 글을 쓰는 작가님들과 출간 계약을 맺고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란 책도 출간했다. 사는 곳, 나이, 직업도 모두 달라도 '글'로 모여 기적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교류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이 한가득했다. 나는 언제쯤 그날이 올까 막연히 생각만 하던 중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오마이뉴스에서 기존의 그룹 기사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해야 했다.


쓰고 싶은 주제는 '마흔, 낀세대의 웃픈 이야기'였다.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가족에게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나이는 또 왜 이리 많이 먹었는지. 비슷한 시기를 살아온 남성들이 모여 시원하게 속풀이를 하고 싶었다. 기사 주제를 편집 기자님께 보내고 괜찮다는 답을 얻었다. 이제 함께 쓸 작가님만 섭외하면 되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LED 등이 환하게 켜졌다. 그래. 나도 브런치 작가님들과 한번 써보는 거야.


글의 주제에 맞는 두 분이 바로 떠올랐다. 늘 따스한 시선으로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두의 귀감이 되는 추억바라기 작가님과 남다른 분석력으로 사회의 이슈를 다룰 뿐 아니라 따스한 가족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이드id 작가님이었다. 실행형 인간인 나는 곧바로 추억 바라기 작가님께 먼저 제안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하겠다는 답이 왔다. 연락처를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통화를 했는데 이드id 작가님과 친분이 있어 제안을 하면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이드id 작가님께도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참전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블로그에서 함께 글을 썼던 분을 섭외해서 총 4명의 중년 남성이 그룹 기사를 쓰게 되었다.


줌을 개설하고 하나 둘 방에 모였다. 처음 얼굴을 보았지만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글을 쓰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만 흐르는 주파수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40.0 메가헤르츠를 맞추고 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한 가지 쓸 주제를 정했다. 첫 기획회의를 무사히 마친 것이다.


각자 기한 내에 기사를 쓰고 글을 카톡방에 공유했다. 글에서 좀 더 보완할 점이나 좋았던 점을 나눴다. 오래도록 글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함께 쓰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첫 기사가 발행되고, 열심히 서로를 응원했다. 그룹 기사 방에 차곡 쌓이는 글을 바라보며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그러던 중 블로그를 통해 합류했던 작가님이 뜻하지 않는 상황으로 중간에 하차를 하게 되었다. 많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


2주에 한번 기획회의를 했고, 기사도 꾸준히 발행했다. 그러던 중 오프라인 모임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10월의 어느 좋은 날 직접 만나게 되었다. 처음 만남임에도 마치 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친숙했다. 아마도 글을 통해 오랜 기간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글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중년 남성 셋이 모여 회사, 주식, 가족 말고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니. 어떤 주제가 나오면, "아. 그거 글에서 보았어요."가 자동 반사로 나왔다. 술 한잔에 글을 안주삼아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2차로 호프집까지 가게 되었다. 원래 계획은 막차 전까지였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에 금방 끝날 리 만무했다. 결국 자정을 훌쩍 넘어 각자 택시를 타야 했다. 중년 아재의 수다도 만만치 않음을 몸소 증명했다.


헤어지기 전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연초에 다시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진하게 회포를 풀어봐야지.

그룹 기사는 예정대로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마음 같아선 계속 함께 하고 싶은데 논의를 해봐야겠다.


사회에서 만난 인연은 오래 이어가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은 계속 갈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줄리의 법칙'을 믿기에.



http://omn.kr/group/gentleman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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