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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03. 2023

가족 독서모임의 홀씨를 뿌리고 온 날

광진구 정보도서관 '책으로 성장하는 우리가족 : 가족 독서모임' 강의

주말 내내 독서 모임 강의가 이어졌다. 토요일 의왕 중앙도서관 강의에 이어 일요일에는 광진구 정보도서관에서 가족 독서모임을 알릴 기회가 생겼다.


도서관 담당자분은 메일로 장문의 글을 보내, 우연히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책을 읽고 모임 구성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강의를 의뢰한다며 꼭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부담이 되긴 했다. 평일에도 일을 하느라 늦게 집에 가는데 주말 내내 강의로 비워야 한다니. 더구나 아내가 토요일에 출근을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은 오롯이 내가 채워야 했다.


내가 바라보기엔 흔쾌히, 아내 입장에선 마지못해 허락해 주었다. 맛있는 저녁을 사겠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다행히 토요일 강의는 오전이어서 오후에 아이들 밥을 챙길 수 있었고, 일요일 강의는 오후라서 다녀와서 저녁을 줄 수 있었다.


담당자분께 하겠다는 답 메일을 보냈다. 최초엔 특강 형태의 단회성 강의로 제안했으나 살짝 아쉽다며 한 회를 더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론과 실습을 나뉘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강의를 하는 입장에선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시는 점이 나았다. 연례적으로 채워야 하는 일정이 아닌 분명 필요해서라는 메시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토요일에 함께 한 활동적인 아이들 덕에 목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평소 톤보다는 몇 배 높여 이야기했더니 살짝 무리가 간듯했다. 일요일 강의는 학부모만 참석하니 부담이 덜 되었다. 주말임을 생각해서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버스에 내려 한 5분여 정도를 걸어가니 도서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맙소사 바로 앞에 한강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강뷰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다. 예정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도서관 주변을 돌아보았다. 기존에 딱딱한 책상과 그 옆에 열람실이 있는 구조가 아닌 가운데 편하게 앉을 있는 공간 옆에 책이 배열되어 있었다.

그 자체로 문화적 감성이 풀풀 풍기는 멋진 공간이었다. 한 참을 두리번거리다 가족 독서모임 강의를 알리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맨 밑에 적혀있는 '강사'란 타이틀이 몹시 부끄럽기는 하지만 꿋꿋하게 1층 강의장으로 향했다.

공간은 꽤 넓고 아늑했다. 미리 켜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기다렸다. 도서관 담당자를 필두로 하나 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이번 강의에는 아빠가 둘이나 참석했다. 그중 한 분이 유독 신경이 쓰였다. 혼자 왔는데, 무언가 모를 어둠이 주변을 맴돌았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아내가 어떤 강의인지 설명도 안 해준 체 덜컥 신청했다고 했다. 남성분껜 미안했지만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도 밝아지고, 궁금해하는 모습에서 안도했다.

이번 강의도 나이, 성별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학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강사를 하고 있다는 나이 지긋한 여성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과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중년의 어머니, 아내 손에 목덜미를 꽉 붙잡혀 참여한 남편까지.


이런 구성이 강의할 때는 용이했다.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질문 횟수가 훨씬 많았다. 주된 집중대상은 아빠였다. 그들을 공략해야만 독서모임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가족 독서모임을 널리 알리고픈 마음이 크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다고만 말할 수 없다. 4년간 모임을 운영하고 사리가 나왔다면 누가 믿어주려나. 담석증으로 돌을 뺐으니 절반은 사실이었다. 초반에 집중 못하고 산만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그만두고픈 충동에 사로 잡히곤 했다. 그때마다 버티고 버텼다. 인고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시간은 금세 흘렀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마무리 멘트로 끝으로 강의를 마쳤다. 다음 에는 직접 가족 독서모임도 하고, 기록하며 실습하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이다. 이론의 토대를 갖췄으니 이제는 정말 실전이다.


다음 에 연달아 진행되는 시연 강의는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그 안에서 한 뼘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길 기대하며 마음속으로 크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약속대로 아내와 아이들에겐 근사한 저녁을 샀다. 마지못....아니 진심으로.




#가족독서모임, #라라크루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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