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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ug 29. 2023

미팅에서 필기를 멈춰야 하는 3가지 이유

신입사원 시절, 나는 미팅에 들어가면 미팅에서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열심히 필기를 했다.


신입사원 시절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거의 입사 후 8~9년 동안 그 습관을 버린 적이 없었다.


신입 사원 때는 모르는 용어나 내용을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물어보고 알아보는 용도였고, 조금 경력이 쌓이고 나서부터는 미팅의 필기 내용을 다시 요약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상사와 여느 때와 다름없는 1:1 미팅을 하게 되었다.


1:1 미팅에서도 나는 열심히 미팅 내용을 필기하고 있었다.


물론 상대방을 쳐다보지도 않고 필기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들만 적었다.


그런 나에게 상사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런데 미팅할 때 필기하면 도움이 돼?"


순간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네?"


하고 물었더니,


"아니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미팅할 때 필기를 하는데, 필기한 내용 거의 보지도 않고 오히려 미팅에서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더라고."


순간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싶었다. 미팅에서 필기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지금부터 딱 2주 동안, 미팅에 노트랑 펜을 들고 가지 말아 봐. 노트 필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야. 노트북도 마찬가지, 무조건 미팅 내용을 듣기만 해 봐."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뭐 상사가 그렇게 해보라고 하니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나는 그 이후로 2주가 지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팅에서 필기를 하지 않는다.


미팅에서 필기를 멈추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여러분이 당장 미팅에서 필기를 멈추어야 하는 이유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미팅의 분위기, 상황을 통해 미팅의 내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미팅을 하다 보면 단순히 미팅에서 오가는 내용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어떤 분위기였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의견을 내더라도, 그 의견을 낼 때 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가 어땠는지가 의견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의견을 낼 때 확신이 없는 표정이나 말투로 의견을 냈다면, 그 의견 자체가 자신감이 없을 수도 있으며 쉽게 변경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또 회의에 내용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특정 부서의 사람들이 어떠한 질문을 했는지 등을 종합해서 미팅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이 의견을 내고, 서로 반응하는 모습들을 보면 미팅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고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단순히 미팅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받아 적기만 하다 보면, 이러한 흐름을 읽을 수 없고, 일차원적인 이해만 하게 되는 것이다.


2. 모르는 것은 바로 질문할 수 있다.


필기를 할 때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을 정리했다가 나중에 알아보거나 다른 참석자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팅의 흐름 속에서 상황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막상 나중에 알아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다른 참석자들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냥 필기를 하고 있을 때는, 다들 알겠거니 하면서 괜히 질문하기 부끄러우니까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미팅에서 분위기를 보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모르는 분위기일 때에는 당당하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저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방금 말씀하신 XX에 대한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대부분 이런 질문에는 친절하게 답해준다. 아니면 최소한, 이 미팅에서 모든 참석자들의 이해가 필요한 수 준 만큼으로는 답변을 해주기 때문에 나중에 끝나고 따로 알아보거나 할 필요가 없다.


3. 빠르게 미팅의 목적을 달성하고 끝낼 수 있다


이렇게 미팅의 흐름을 따라가고, 모르는 것을 이해하다 보니, 미팅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보통 미팅이 잘 끝나지 않거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내는 것은 참석자로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미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입장(Stance)이 적극적인지, 소극적인지, 다른 부서의 반응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등을 좀 더 종합적으로 파악하면서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결론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짓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에 대한 나의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서 내가 궁금한 것들을 짚고 넘어가다 보니 나 역시도 명확하게 미팅에서 의견을 내고 마무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것이 아니었다면, 미팅이 끝난 이후에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보고 내가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의사를 미팅이 아닌 메일이나 전화로 별도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일은 늘어지고 결정은 번복될 수밖에 없다.



나도 미팅에서 필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참석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화면을 띄우거나, 커다란 보드에 미팅에서 합의되고 정리된 내용들을 같이 적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모두 합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미팅에서 함께 합의된 내용은 미팅이 끝나기 직전, 혹은 끝나자마자 따로 정리할 필요 없이 참석자들에게 메일로 보내 놓는다.




미팅의 목적은 결국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고 결정을 하는 자리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는데 집중하고, 최종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회사는 더 이상 학교 강의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안해하지 말고, 미팅에서 필기를 당장 멈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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