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에 진심인 나의 단상
과연 세상에 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나는 특히나 지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에게는 2년째 푹 빠져 있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배드민턴'이다.
단순히 라켓만 휘두르고 셔틀콕만 맞추면 되는 스포츠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우연히 친구 따라 갔다가
배드민턴이라는 신세계를 경험하곤
레슨은 물론이요,
가열차게 대회까지 나가며
배드민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몹쓸 승부욕이다.
배드민턴 인구는 왜 이렇게 많으며
잘하는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아직 초보 축에 속하는 나는
열심히 뛰고 뛰어도 지기 일쑤다.
처음 시작할 때야
이제 배우기 시작했으니 지는 게 당연하지.. 했지만
지금은 대회에서 성과도 내고 안 되던 것도
조금씩 되면서 이제 좀 안정되나.. 싶었는데
이런 생각을 할라치면 철퇴를 맞는다.
겸손하라고.
그러면 겸허히 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건만,
마음속에서는 스멀스멀 무언가가 올라온다.
'지기 싫어! 지기 싫다고!!'
내가 이렇게 이기고 지는 것에 욕심이 있던 사람이었나,
이렇게 경쟁심에 불타는 사람이었나,
삼십 평생 모르고 살았단 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이런 승부욕 덕분에 좀 더 애살 있게 배우고
때론 경주마처럼 몰입도 곧잘 하곤 한다.
하지만 결국 진짜 이기기 위해서는
승부욕으로부터, 이기고 지는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져야한단 것을 깨달았다.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하는 순간,
그 승부욕이 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여러 경기를 통해 배웠다.
'이겨야돼!'에 집착하면 실점에 연연하게 되고
그러면 마음은 조급해지고
이내 나만의 페이스를 잃고 만다.
집중력이 증발되는 건 시간 문제요,
상대 페이스에 말려 평소 칠 수 있는 공도 못 치고
처참히 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이후 나는 매번 생각한다.
'항상 이길 수 없다. 누구나 이길 수도 질 수도 있고 이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으며
그냥 순간 순간 공에만 집중하자.' 라고.
참 재밌자고 하는 운동인데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싶지만
배드민턴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이기고 지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그 과정을 즐기고 집중할 것.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묵묵히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결국 될 거라 믿는 자기 신뢰.
비단 배드민턴에만 필요한 지혜일까.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일에
필요한 내공이 아닐까 한다.
결국 이런 생각 또한
지기 싫어! 이기고 싶어!라는 마음을
실현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라는 게 다소 웃기긴 하나,
진일보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과정을 즐기며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인생 대부분은 반복에 지치지 않는
성실함에서 얻는 것들이 많기에 말이다.
지기 싫다. 되지 않는다는 마음에도 지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건 간에 오늘의 난관에 지지 않고
그냥 하는 묵묵함으로 나아가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