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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Aug 04. 2023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사랑이란 무엇인가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 p.28 line 1~5


커스틴의 사랑 그 중심에는 라비가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묻어준 상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은 갈망이 자리한다. - p.35 line 15~16


다른 모든 사람에 대한 불신이 커짐에 따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진다. - p.38 line 1~2


역사 기록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논리적 이유로 결혼을 했다. 신부의 토지가 신랑의 토지와 붙어 있거나, 신랑의 가족이 번성하는 농가이거나, 신부의 아버지가 읍의 치안판사이거나, 지켜야 할 성이 있거나, 양가 부모가 동일한 성서 해석을 따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합리적인 결혼에서 외로움, 강간, 간통, 폭력, 가혹함, 육아실 문밖에서 새어 나오는 비명이 생겨났다.

합리적 결혼은 어떤 진실한 관점에서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으며, 자주 편의주의적이고, 편협하고, 속물적이고, 착취적이고, 모욕적이었다. 이를 대체한 것-감정에 의거한 결혼-이 그 존재 이유를 설명한 필요성을 면제받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결혼이 절실히 바라고, 본능에 압도되어 서로에게 빠져들고, 이 결혼이 옳다고 가슴으로 느끼느냐다. 현대는 ‘합리성’, 그 불행의 촉매이자 회계적 요구에 물린 듯하다. 더 나아가 결혼이 경솔해 보일수록(예를 들어 만난 지 6주 만에, 어느 한쪽이 직업이 없을 때, 또는 둘 다 10대를 갓 넘겼을 때), 사실은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외관상의 ‘무모함’이 과거의 이른바 현명한 결합이 유발했던 그 모든 오류와 비극의 평형추처럼 보이는 것이다. 본능이 누리고 있는 명성은 우리가 비합리적인 ‘합리성’으로 너무 오랫동안 집단 트라우마를 겪은 탓에 생겨난 과도한 반응이다. - p.57 line 2~18


우리는 다른 커플들에 비해 우리 커플이 훨씬 나쁜 일들을 겪는다고 상상한다. 불행할 뿐 아니라 우리의 불행이 대단히 드물고 기형적인 것이라 착각한다. - p.81 line 19 ~ p.82 line 1


못 가진 것에 아파하기 보다는 가진 것을 소중히 한다면 좋겠다. - p.130 line 21 ~ p.131 line 1


 아이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면, 즉 힘들고 오랜 경험을 해야 쌓이는 통찰을 단번에 전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인류의 진보는 성급한 결론에 대한 뿌리 깊은 저항에 번번이 가로막힌다. - p.170 line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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