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비 Sep 27. 2023

한강, 『채식주의자』

한강 장편소설

소설 목록: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이제는 오분 이상 잠들지 못해설핏 의식이 나가자마자 꿈이야아니꿈이라고도 할 수 없어짧은 장면들이 단속적으로 덮쳐와번들거리는 짐승의 눈피의 형상파헤쳐진 두개골그리고 다시 맹수의 눈내 뱃속에서 올라온 것 같은 눈떨면서 눈을 뜨면 내 손을 확인해내 손톱이 아직 부드러운지내 이빨이 아직 온순한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난 내 젖가슴이 좋아젓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손도발도이빨도 세치 혀도시선마저도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하지만 가슴은 아니야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아직 괜찮은 거야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왜지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채식주의자』 - p.43 line 1~13     


봄날 오후의 국철 승강장에 서서 죽음이 몇달 뒤로 다가와 있다고 느꼈을 때몸에서 끝없이 새어나오는 선혈이 그것을 증거한다고 믿었을 때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자신이 오래 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을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나무 불꽃』 - p.201 line 1~7    

 

꿈속에선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그때는…… 『나무 불꽃』 - p.221 line 11~13

매거진의 이전글 최진기, 『4차산업혁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