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기 Day-2

by 초이

캐나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기 Day-2

캐나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기 Day-1

전날의 당일치기 여행으로 피곤해서 그런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이른 저녁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시차 때문에 새벽에 눈이 떠졌다. 이전 뉴욕 여행에서도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져 정신이 그렇게나 맑을 수 없었는데 밴쿠버는 그나마 한국과 차이가 얼마 안 나서 그런지 가족들에게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리고 다시 잠에 들었다.


오늘은 핸드폰을 개통하고 앞으로 살 집을 가보았다.


핸드폰을 개통하려 했지만 대리점을 찾는 것은 어려웠고 계좌가 필요해서 개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방문한 대리점 근처에 봐 둔 집이 있어서 번거롭지는 않았다. 현재 거주 중인 사람을 만나 따라 들어간 집은 내가 가본 호텔 중 가장 좋은 곳과 로비가 똑같았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너무나 황송한 곳이었다. 고층의 집에 도착하고 거실 밖으로 보이는 광경이 너무나 만족스러웠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열심히 돈 벌어서 이 곳에서 계속 지내고 싶었다.


핸드폰 개통하기는 실패했지만 SIN넘버를 발급받으려고 담당 사무소를 방문했다. 준비한 서류를 가지고 문제없이 통과하여 이제 모든 워홀 준비절차를 완료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핸드폰 개통과 은행 계좌 개설이다.


방문한 사무소 근처에 증기 시계가 있어 온 김에 걸어가 보았다. 명성에 비해 크기는 아주 작아 관광객들이 모여 있어서 증기 시계인 줄 겨우 알 수 있었다. 밴쿠버는 관광도시가 아니라는 점만 확신하게 되었다. 분위기는 필라델피아와 비슷하지만 좀 더 규모가 작은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숙소까지 대충 방향만 설정하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우울한 걸까.

바라던 캐나다 워홀을 합격하고 밴쿠버에 도착해서 살아갈 준비까지 차근차근 밟고 있는데 왜 마음은 가라앉아 이렇게 괴로운 걸까.


첫째, 행복함을 느낀 지 너무 오래되어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잊어버렸다.

둘째, 불확실성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것이다. 일자리를 못 얻을 거란 불안감과 가진 돈을 다 써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한 추측은 결국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 것이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지금과 같은 감정으로 항상 불안하고 초조해 우울했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뜸 밴쿠버로 떠난 것은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인생에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원인이 명확한 혹은 불명확한 불안감에 대한 도피처를 찾아 캐나다란 유토피아를 설정한 것이다.


유토피아란 지구에 없는 것이 아닐까 확신이 든다.


단기 여행이건 장기 여행이건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은 내가 살아나가는 이유이다. 돈을 쓰기만 하니 새로운 여행지에선 행복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결국 캐나다라도 이렇게 불안감만 줄 뿐이니 인생은 여행이란 건 거짓말이다. 인생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데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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