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는 도쿄를 경유하여 캐나다에 도착하는 편도행 티켓이었다.
도쿄를 경유하는 김에 도쿄 사는 친구를 만나고자 무리하게 아침 7시 비행기를 알아보았더니 교통편이 수월하지 않아 본의 아니게 가족들을 아침 일찍부터 고생시켰다. 엄마와는 주차장에서 포옹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공항에 도착해 아빠와 동생과 헤어지니 비로소 떠나는 느낌이 들어 발권하는 동안 끝없는 불안과 동시에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제와 드는 생각은 엄마는 나와 포옹하고 집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불안했을까. 사실 이 날이 오기 전까지 엄마와 끊임없는 논쟁을 거쳤다. 엄마는 반대했고 나는 가겠다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썩 좋은 마음으로 서로가 헤어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친구는 일이 바빠서 만나지 못했다.
당일치기 여행에 너무나 지친 나머지 시부야 도토루 카페에 앉아 한참을 쉬고 조금 이르지만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의자에 누워서 핸드폰도 충전하고 나도 충전하다 보니 어느덧 비행시간이 다가왔다. 이 전까지 도쿄라는 중간 지점이 있어 아직까진 몸과 마음이 한국에서 멀어지지 않았는데 이제 정말로 바다 건너 캐나다로 가는 것이다.
몸을 한껏 혹사시킨 덕에 비행시간 내내 자다가 영화 하나 보고 기내식만 먹었더니 캐나다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땅에 닿자마자 나갈 준비를 끝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비행기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냅다 달렸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내 앞은 아무도 없었다.
새로운 나라의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입국 수속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긴장이 배가된다. 긴장되다 보니 길도 놓치고 어떻게 도심으로 향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으로 도착하는 공항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 본인의 경험과 함께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능 방법을 자세하게 올려준 글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래서 인터넷으로만 보던 밴쿠버 공항의 장승을 보니 한껏 설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1년 후에 이 장승을 다시 보기로 다짐한다. 왜냐하면 가지고 간 돈이 극히 적어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바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항공권을 살 돈도 없었다.
키오스크로 향해 입국신고서 작성을 완료하고 입국 심사대에서 심사받기 위해 대답도 짧게 대답하고 워크퍼밋을 발행해주는 오피스까지 내달렸다. 순서를 받는 대기줄에서 워홀 합격 레터와 여권을 보여주니 금방 번호표를 받을 수 있었다.
워크퍼밋 발행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들어서 혼자 밴쿠버 공항에서 런닝맨을 찍은 것이다.
해당 창구 앞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옆 자리에 가족이 앉았다. 귀여운 아이가 검사관을 보고 싶었는지 안아달라고 칭얼대지만 아빠가 모른 척 하니 나를 쓱 보고 지나가 다른 아저씨의 손을 붙잡는다. 아빠가 황급히 아이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저 아이가 볼 때에도 나는 자기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보다.
몇 번 눈짓을 하니 아이가 자기의 애착 인형을 나에게 주었다. 내가 갖는다고 해도 그저 웃기만 하니 그렇게 애착이 쌓인 인형은 아닌 것 같다. 도쿄에서 산 사탕을 주고 싶어 아빠에게 물어보니 아직 사탕 먹을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아이의 누나를 불러서 사탕을 주었다. 어디서 왔냐 물어보니 오스트리아에서 왔다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이와 놀다 보니 내 차례가 되어 워크퍼밋을 받았다. 수화물을 찾으러 가보니 짐들이 다 빠지고 남은 수화물 몇 개가 모아져 있어서 그중 내 짐을 챙겨 공항을 나왔다.
공항에서 밴쿠버 다운타운까지는 택시비가 고정되어 있다. 택시기사에게 고정요금을 확인받고 탑승했다. 침묵이 이어지는 차에서 기사에게 말을 붙이고자 사탕을 권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문득 궁금해진 것이 있다. 하늘이 뿌옇기가 서울의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과 다름없었다. 왜 하늘이 뿌연지 안개냐고 물어보았는데 근방에서 큰 불이 났다고 한다.
나중에 숙소에서 친해진 여행객들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즌에는 미국 서부에서 산불이 많이 일어나 재가 밴쿠버까지 뒤덮는다고 한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그런데 비행시간 내내 발이 퉁퉁 불었는지 도저히 신발을 신을 수 없어 한 껏 불어난 몸을 끌고 달러라마에서 슬리퍼와 필요한 것들을 여러 가지 샀는데 가격이 무척이나 저렴했다. 이 정도의 물가라면 캐나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