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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순 Oct 04. 2018

경희 의료원에서 담낭염 치료하기

피자를 한판을 시켜 한판을 먹은 날 내 담낭은 일을 감당 못해 부어버렸다. 놀란 담낭은 내 몸을 벗어나 가출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무식한 주인을 만난 탓에 중도하차를 시도한 것이다. 옆으로 누워도 앞으로 누워도 옆구리 쪽에서 쿠쿡쑤셨다.참을 수 없는 고통에 택시를 타고 경희대 응급실로 향했다. 엄마가 우웩 거리자 얼굴을 그르밍하는 행운이만 빈집에 두고 나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나 아프면 안 되는데 행운이는 어쩌지?

칠 년마다 한 번씩 병원을 찾는 거 같았다.

응급실에 들어서니 담낭염이 의심된다면

시티를찍자고 했지만 집에 있는

행운이가 걱정돼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쿡쿡 거리는 통증 행운이에게

사료와 물을 챙기고 화장실을 비우고 다시 응급실로 피검사와 시티를 찍고 입원결정.

병명은 담낭염 경희대 산부인과 병실에 입원했다.

난 당 환자다. 교수님 말을 무지 안 듣던

자기 역할을 상실한 췌장이 움직임을 멈춘 당 환자.

내가 나를 찌른다는 상상이 인슐린 주사를 거부했다. 그 대가로 난 당장 수술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급성 초기이고  심혈관 부작용을 고려한 교수님의 배려이기도 했다.

혹시 몰라 금식을 했다.

금식을 하는 동안 죽은 듯이 잠을 잤다.

간호사 분들은 친절하고 교수님은 자상하고 행운이는 조카네 집 소다와 놀고 있으니 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삼일이 지난 지금 당장은 염증이 가라앉고 가출을 포기했다. 당은 인슐린으로 시작 혈당이 잡히고

왜 병원에 있던 굳은 다짐은 병원을 나서면 사라지는 걸까?

허나 예전과 다른점은 내게 보살필 누구가가 생겼다는 것일것이다.

나는 인생 절반을 살고 나의 인생 절반을 지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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