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픈 것도
정신이 아픈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정신이 성숙해져 가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도 모르는
미미한 아픔에 녹다운당했던 것 같다.
방구석을 헤매다 나온 하늘은
낯선 화창함으로 다가선다.
봄을 지나쳐 여름을 대면한 어색함이
어느 봄보다도 꽃 색깔을 붉게 물들였다.
봄마다 치르는 잔병치례에
가지에 마지막 잎새를 떨구던 바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파리한 병자처럼
봄 앓이를 하고 있는
나의 하루는 잔인하다.
병든 닭처럼 카페 한구석 자리에서
치아바타를 곁들인
아메리카노 한잔 속에
여유는
봄을 맞이한 무력함을 쫒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