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어떻게 부모가 됐을까
러시아 인형처럼 어머니를 열어보면 내가 있다 아버지를 열어보면 내가 있다 그분들은 거인이다 나는 아주 작다 나는 열어볼 수 없는 맨 마지막 인형이다 아주 작은 인형이다
지방의 한 화학 공장, 유해 물질을 노로 젓는 거인이 있다 나는 대학으로 멀리, 멀리 도망친다 아직이다 우리 사이 시베리아가 있어도 아직 보인다 죽음의 수프를 젓는 거인이 보인다 나는 우아하게 시를 짓고 서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투명한 계단을 오른다
아버지는 내 시를 궁금해하신다 어머니는 내 시를 궁금해하신다 그러나 너무 잘 보여서-그분들은 거인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편지를 쓰지 못한다 우리 사이에 편지는 없다 아버지는 텔레파시를 믿고 어머니는 자주 꽃 사진을 내게 보낸다 나는 모국어를 잊어가는 작은 인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