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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스 Nov 25. 2019

Show Yourself

영화 해석 및 리뷰 < 겨울 왕국 2 ( Frozen 2), 2019 >



과거 영화 <토이스토리>를 리뷰한 적 있다.

나는 그 리뷰에서 토이스토리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철학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것을 지적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성장하듯, 장난감들이 성장하면서

영화가 드러내는 주제가 바뀌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었다.

겨울 왕국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이어가는듯하다.


시즌 1에서 사랑과 용기를 강조했다면,

시즌 2에서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겨울 왕국 2에서 엘사와 안나는 전작보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변화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합리화하면서

변화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누구에게 주어야 한다거나,

즐겁게 놀던 도중에 집에 가야 한다고 부모님이 말한다면,

아이는 이를 거절하면서, 변하지 않으려고 떼를 쓸 확률이 높다.

이렇듯 변화를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한 사람에게 더욱 쉽다.


영화 <겨울 왕국 2>에서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영화 초반, 엘사에게는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엘사는 이러한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자신의 동생과, 스벤, 올라프 등 익숙한 사람들과

계속해서 어울려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엘사는 변화를 인정하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태도를 갖는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크고 작은 변화를 겪는다.

안나 역시 엘사를 잠시나마 떠나보내고 혼자 남겨지게 되고,

올라프는 눈 녹듯 죽음을 맞이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러한 변화는 현실 속 2차 성징과도 유사하다.

겨울 왕국 1을 보고 자라온 아이들이, 2차 성징을 겪으며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목격하는 것처럼.

안나와 엘사의 일상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그 변화의 결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일 수도 있다.

마치 엘사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것처럼.


시즌 2에서 갑자기 음유시인이 되어버린 올라프는

계속해서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변화는 필수적인 것임을 언급하고,

변화의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알 수 있겠지라는

그의 생각과 달리 어른이 되어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관객 모두는 알고 있다.

올라프보다 한참 나이가 먹은 것으로 나오는 안나 역시

맨땅에 헤딩하듯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영화 속에서는 '그냥 해야 할 일을 해'라는 조언만 등장한다.




여성성


시즌 1에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여성성이었다.

과거 공주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이 한정된 여성상에 갇혀있었다는 것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시즌 2 역시 이 여성성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핵심적인 이야기는

엘사와 안나 두 명의 인물이 모두 끌고가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는 심지어 안나로부터 잊혀져,

숲 속에서 이상한 노래까지 부르는 장면이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왕자가 앞장서고, 공주는

뒤에서 도움을 받기만 하는 과거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왕자와 공주 캐릭터의 역접이라는 새로운 서사구조를

만들어낸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가 결혼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별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는 인물들이 있겠지만,

결혼 이후에도 안나는 여왕으로서의 위치를 지키며

크리스토프보다 훨씬 권위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 속 결혼과는 맥을 달리한다.


또한 영화 초반 '키스로는 숲을 구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엘사의 말을 빌려서도, 디즈니가 한정된 여성성의 탈피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Show Yourself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구로

Show Yourself를 꼽을 수 있겠다.

영화 OST로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영화는 변화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소리의 정체를 찾아나서야겠다고 결심한 장면이나,

안나가 '댐'을 부숴서 숲을 지켜내겠다고 결심한 장면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는 선택이었다.


이러한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있게 행동했을 때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들을 보호했다.

물의 정령이 도움을 주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렌델이 잠기지 않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변화를 피하지 않고 맞서서

자신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가 이야기의 주제라는 말이다.

어떤 리뷰에서는 이 영화의 주제가 자연보호라고

이야기를 하던데, 자연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표면적인 주제라고

생각해서 그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왕국 2에서

인상깊은 OST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즌 1의 Love is Open door나

Let it go 같은 곡들이 매우 임팩트 있기는 했지만

시즌 2에서도 중간중간 삽입된 곡들이

큰 여운을 남겼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도

전혀 손색없는 노래들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영화의 스토리 진부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느 정도 공감한다.

사실 일반적인 관객이라면 영화 속 댐이 등장했을 때부터,

마을이 물에 잠기겠다는 생각을 했을거다.

엘사가 살아나는 장면도 매우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영화의 해피엔딩을 이루기 위해

이런 저런 서사적 장치들을 생략한 채 마무리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꽤 작품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전작보다 훨씬 화려해진 영상미가 있고,

올라프라는 캐릭터가 크게 돋보여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토이스토리에서 주인공들이 자신밖에 모르던 장난감에서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로 변화했다면,

겨울왕국에서는 애정결핍 소녀들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어른으로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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