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필수 기억

by 리정



아, 이걸 또 까먹었네.

늦은 퇴근을 하고 돌아와 세면대 앞에서 멍해진다.

분명 사야지, 오는 길에 오늘은 꼭 사야지 했는데

이걸 또 잊어버리다니.


바닥을 드러낸 클렌징 크림통에 손가락을 넣어

싹싹 긁어내는 중이다.

렌즈 식염수도 간당간당하고.

매일 쓰면서 어떻게 매일 그렇게 잊어버리나 몰라.


절대적이지 않지만 없으면 짜증이 나는

일상 속 필수품 몇 가지.

화장솜 식염수 클렌징폼 면봉 같은 것들.

억만년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내일은 꼭 사야지 꼭 사야지 했다가

시간에 쫓겨 일주일째 푸념만하며

못 사고 있는 것들.


돌이켜보면 그렇다.

억만년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내일은 ‘꼭 말 해야지 돌이켜야지’ 했다가

시간에 쫓겨 마음에 지쳐

결국은 놓치고만 그런 것들.


우리가 그때 그랬더라면.

내가 용기내어 그때 네게 한마디를 더 붙였더라면.


많은 시간이 지나고서야 늘 후회하는 것.

그때엔 보이지 않았던 어떤 감정들이

시간의 끄트머리에 달라붙어 여전히

긴긴밤, 나의 마음 끝에 매달려 있는.


해소되지 않은 지난날의 기억들은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당도했다.

그 시절의 미련 너머, 너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절대적이진 않지만 없으면

자꾸만 생각이 나는 일상 속 기억의 필수들.


찬바람에 잘 지내고는 있는지

문득 당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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