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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Mar 04. 2020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풀리지 않는 매듭-2

-Q. 친구라는 ‘매듭’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조건?!

 ‘그들이 더 이상 나와

즐겁지 않게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은      

제각기 스타일들이 너무 달랐다.  

         

한 부류는 부반장을 비롯해 학습 부장,   

   

회계 등 학급의 부서를 담당하던 5명.    

 

이른바 ‘범생이’ 군단들이다.   


            

내 경우엔 그들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하지만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유로 ‘미화부장’이었으니 그들 부류에 합류하게 됐는지 모르겠다.ㅋ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특히나 체형이 통통하다.ㅋ    

  

맛있게 먹고 앉아서 

공부를 오랫동안 해서 그랬을 수도.

          

물론 나는 공부하느라 그런 건 결코 아니고 운동보다 먹는 거랑 친해서 통통했다.ㅎ;  


   

어쨌든 그땐 

다들 외모엔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 

언제나 즐겁고 맛있었다.


           

“야~
이것도 한번 먹어봐!
 진짜 맛있어. 나 오늘 두부조림
 많이 싸왔어. 다들 먹어먹어!
 히히..”     
         

체형에 비해 유독 작은 얼굴의 하비(하체만 비만) 녀 경옥이다.

      

그녀는 언제나 다정하게 

다른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싸온 반찬을 권한다.    


그 시절 알뜰하게 늘 누군가를 잘 챙기던 경옥이는


 이제 아이 셋의 ‘다둥이 엄마’가 되었다.


최근 들은 소식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도서를 읽는 봉사를 하고 있단다.  


                

부반장 현주는 키가 큰 편이고 덥수룩한 머리.  

역시 통통한 체형이다. 그녀의 말투처럼 

먹는 속도도 천천히 잘 먹는다.

              

가수 考 김광석과 웃는 모습이 

너무 닮았다는 누군가의 농담으로

한동안  김광석의 대표곡인 ‘나의 노래는~♬’이라며 놀림을 당하곤 했다.  


              

언젠가 그녀가 반에서 

형광등을 교체하러 책상 위에 올라갔다.  

    

근데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내려오지 않는 거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갑자기 왈칵 울어버리면서 하는 말.    

 

 “아래를 보니까

너무.. 너무 무서워..

못 내려가겠.. 흑흑..”           


한참을 그렇게 흐느끼던 그녀는

 

결국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 모두는

폭소가 터졌다. 그때 상황 속의 그녀의 절박한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현주는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되었다.   

퇴원 후 어느 날 저녁 그녀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나 동호회에서

 맘에 드는 남자가 생겼어.

근데 어떡해야 해?’  

        

아.. 얘는 나보고 어쩔...?!ㅋ

내가 되물었다.  

        

“그걸 왜 솔로인

 나한테 묻냐?ㅋㅋ”    

  

그러자 그녀의 진지한 한 마디.     


‘그래도 네가 그나마..

우리들 중에서 좀 놀았잖아~      

나 즘 도와줘!ㅎㅎ’    

             

'헐. 그.. 그건 그렇구나.'     


그녀와 오랫동안 통화를 이어가며

일단 대시하려는 남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그의 연령과 스타일, 그녀를 대하는 평소 태도 등등.      

먼저 그의 관심을 끌어내는 게 필요하군.


그와 나이차가 있으니까 

여자 쪽에서 먼저 티 내면 못 써ㅋ.   

  

“먼저 너무 좋아하는 티 내지 마!

그리고 그 남자가 무슨 말을 하던지

 자주 웃어줘~ 이게 호감의 표시니까~ㅋ”   

       

이날 한 시간 가량 나도 실천 못하는

 대시 법을 충실히 전수했다.

    

나의 전술이 잘 먹힌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핑크 빛 연애 소식을 전하는 그녀.  

             

그리고 몇 개월이 흘러 

현주는 그 남자와 결혼했다! 와우~     


결혼식에서 그를 봤는데 솔직히..   

   

왜 그렇게 홀딱 빠진 건지 도통 이해는 안 가지만..

     

어쨌든 둘은 ‘천생연분’이다.   

지금은 두 사내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최근 들은 소식으론 육아휴직이 끝나는  많이 아쉬워했다지만 휴직하는  남편이 결사반대라 

다시 복직  알콩달콩  살고 있다나.ㅎㅎ~       

        

학급의 회계를 맡았던 조용한 성격의

정미 역시 통통하고 약간 붉은 기 도는 하얀 피부,

갈색 단발머리. 평소에 ‘으하하핫’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낸다.     


나와 통학로가 비슷해서 종종 함께 걷는다.

         

어쩌다가 내가 엄마 차로 이동하는 등굣길에

 부지런히 걷는 그녀를 발견하면 너무 반갑다.    

 

“정미야! 같이 가자!

어서 타~”    

 

내가 그녀를 부르면

 우리 차에 오를 때마다 먼저      

“아..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하던 모습이

     

지금도 엄마의 기억에 남아있단다.

               

그녀는 회계를 전공,

현재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어느 기업의 부장이다.

가끔 그녀가 근무하는 회사 근처인 삼성역에 가면

    

맛집을 검색해서 점심을 사준다.


최근에도 나의 그림 전시까지 찾아 준 

참 고마운 녀석.


그 부류 아이들은 결혼해서 공무원,

회계사 등 전문분야에서 일을 하며

 아이 엄마로 충실히 살고 있다.

    

          

이 범생이 부류와 또 다른 부류 아니,

 그냥 다른 성격의 개인이 있다.    

 

“우아~너

속눈썹이 진짜 길다!”         


긴 속눈썹에 깊고 큰 눈망울, 갈색 눈동자.  

   

어울리는 친구들과도 전혀 다른 스타일에


 나와 참 다른 성격인 K 양은 눈이 참 예쁘다.       


키 162에 약간 통통한 체형.

교복 치마를 길게 내려 입던 그녀는 앞머리 없이

 어깨를 약간 넘는 흑갈색 머리로 

얼굴의 반을 가린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산다던 K 양은 학창 시절부터 여러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하곧 했다.     


가끔 낮은 음성으로  

툭툭 내뱉는 말이 참 시크한 그녀.

          

우리 집과 가까워서

 대학 졸업 후에도 친하게 지냈는데     

만나면 주로 술을 마시며

 여러 남친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녀는 남자들에게 

항상 인기가 좋았다.    

  

덕분에 그녀와 술자리에 껴서 놀며 술친구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낮에 널 만나니까 어색하다.     

어딜 가고 뭘 하냐? 참 그러네.”               


퇴원 후 이제

술을 마시지 못하니 만나도 재미가 없다.

    

언젠가 낮에 만나 밥을 먹고 나서

우리는 서로를 멀뚱히 쳐다볼 뿐 할 말도 웃을 거리도 없다.


평소에도 K 양은 여자끼리 커피숍에 가는 비용을 젤 아까워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술을 사 먹지~   

 

K 양이 미혼이라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시간이 프리 했지만 그녀가 하고 있는 사무직이 늦게 끝날 때가 많다.



어쩌다가 주말 낮에


시간을 내어 만나더라도 이제

 

할 얘기가 없어지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점점 멀어진다.   

  

술과 함께.       


          




그 친구가 맘에 들면 어울리던   

  

학창 시절과는 달리 이제 관계가 유지되려면

      

서로의 공통점 ‘교집합 필요하다.    


           

첫 번째 부류에 속하겠다고

     

결혼해서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밤의 문화를 즐기다가는  

    

불편한 몸이 더 바스러질 테지.

              


어디에도 속할  없는..  


나는 이제 ‘어른 아이.’      

                    

-어른 아이 (16)
장애극복 그림에세이
3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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